외교라인 가동에도 안 풀리는 상호관세…한미 무엇이 안 맞나

대미투자법 입법·투자 계획 없어 美 '불신' 자초
美, 한국 국회의 입법 압박 중…'상호관세 인상' 관보 게재 시점에 주목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에 대한 불만으로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인상한다고 선언하자 정부가 외교·통상 라인을 모두 투입해 총력 대응 중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어 외교라인도 가동했지만…미국 '요지부동'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상호관세 문제를 풀기 위한 협의를 했다. 지난 주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미국 방문과 이어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에 이어 '외교적 지원 사격'을 위한 행보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한미 간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우리의 국내적 노력을 설명하고, 통상 당국 간의 원활한 소통·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한미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 국무부가 배포한 수석부대변인 명의 성명에는 관세 관련 언급이 한 줄도 없었다. 미국 측이 아직 한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만남이 '약식 회동'으로 추진되다 조 장관의 미국 방문 하루 전에 전격적으로 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미가 이번 사안의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빈손 회담'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교장관회담은 미국 측이 보인 '최대한의 성의'일뿐, 미국의 요구사항에는 조금의 변동도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관 장관은 방미 이후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라고 언급했으나, 이후 한미의 협상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여한구 본부장은 미 행정부 당국자와 의회, 업계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났으나 정작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여 본부장과의 만남을 거절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측과의 교섭 결과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美와 소통 부족한 정부, 대미투자특별법 진전 못시키는 여당

이처럼 정부가 외교와 통상 라인을 풀가동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처럼 완고한 이유로 지난해 11월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정부가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측과의 소통에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미국의 입장에선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유독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에 미온적으로 보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또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 한국에서 투자의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는 것도 미국 측의 불만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소통이라도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해 일종의 '고객 관리 실패'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오히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시간이 걸려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집행이 어렵다고 발언한 것이 미국의 오해를 샀다는 평가도 있다.

관건은 미국이 상호관세 인상안을 관보로 공식화하는 시점과 관보의 내용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관보에 상호관세 인상 시점을 어떤 식으로 명시할지가 핵심이라는 관측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관보 게재 절차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관계 부처 간의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된다"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만이라도 관세 인상이나 관보 게재를 유예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미국은 특정 시점에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속도를 판단해 25% 관세 효력을 부과한다"는 문안을 관보에 담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미국이 관세 인상 문제를 '한국이 하기 나름'인 상황으로 몰아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특별법 통과는 전적으로 국회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할 카드가 없다는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실제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 조현 장관의 연쇄 방미에서도 미국과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것이, 여당으로부터 뾰족한 수를 듣지 못해 '빈손으로 갔다 빈손으로 올 수밖에 없는' 정부의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