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평화중재자 역할 기꺼이 할 것" [황재호가 만난 중국]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
[인터뷰] 뤼차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

편집자주 ...황재호 교수는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이다. 대만 중국문화대 동양어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비교정치학 석사,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중국 외교이며, 한중 미래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중국 베이징대, 국제문제연구소 등 방문학자를 다녀왔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스스로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하면서 미국에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당부했다. 그리고 지난달 7일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긴 시간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 모두)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의 대외정책을,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중국 자신과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통이자 동아시아 국제정치 연구자인 뤼차오(吕超)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에게 위의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재 랴오닝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센터 수석전문가이자 랴오닝성 정부 비상 관리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뤼차오 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 (필자 제공)

― 김정은과 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관계 회복 중인데 현 중북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중국 9·3 전승절 참석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중북 전략적 협력 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보여준 것으로,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정세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둘째, 중북 관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이번 양국 최고 지도자 회담은 전략적 협력 소통, 국정 운영 경험 교류, 양국 전통적 우호 관계 증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김 위원장이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북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음을 증명하며 중·북 관계의 미래는 기대할 만하다.

― 현재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 양측에 대해 등거리 외교라고 할 수 있을까.

▶ 전반적으로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세 가지 기본 입장을 가진다. 항상 한반도의 비핵화를 고수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고수해 왔다. 세계에서 한국과 북한이 동시에 중요한 우호 파트너 국가로 지목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며, 중국 역시 한국과 북한을 모두 우호 국가로 간주한다.

중국의 위와 같은 '세 가지 고수' 기본 입장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 부합하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은 남북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외교 실천에서 중북 관계는 조약으로 보장돼 전략적 안정성이 높다. 핵심 협력 분야는 군사 안보가 우선시된다. 중한 관계는 전략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사드 문제나 윤석열 집권 3년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핵심 협력 분야는 경제협력이 주를 이룬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중국은 이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중재자 역할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가.

▶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국과 한국, 북한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므로 중국도 반드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 중국은 중재 책임을 기꺼이 맡아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남북 간 오랜 기간 쌓인 대립 정서 때문에 대화 메커니즘을 회복하려면 양측이 진정성을 보이고 상호 신뢰를 높이며, 가능한 한 외부 국가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이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 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서에 북한 핵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중국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이 발전을 모색하고 안보를 추구한다면 기꺼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비핵화만이 평화를 가져오고, 대화만이 해결책이며, 협력만이 상생의 길이라고 믿는다.

한미 정보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약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어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 측은 조용히 방향을 전환했으며, 트럼프 정부의 새 국가안보 전략 문서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전략적 우선순위의 재조정이다. 이는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균형에 더 주목하고 있으며, 북한 핵 문제는 이미 부차적인 위치로 밀려났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안보 난국의 원인은 한편으로는 한미의 지속적 군사적 압박과 북한의 '자위적' 핵 개발 사이의 악순환이다. 비핵화 논의가 이미 공허한 말이 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차라리 당분간 '비핵화'를 논하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 기회를 모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중국이 4월 중미 정상회담 동안 평화중재자 역할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및 중미북한 4자 회담을 추진할 수 있을까.

▶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행사는 북한 외교가 과거의 양자 외교에서 다자 외교로 발전하고 있으며, 국제무대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 외교가 경직됐다는 외부의 편견을 깨뜨렸다. 동시에 북한이 점차 국제 사회에 더 많이 융합될 것임을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비핵화 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미북 협상 조건을 포기하고, 중국이 미북 양측의 기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중재에 나서며, 북한이 기본적인 안전 보장을 받고 봉쇄와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조건이라면 북미 정상회담 및 4자 회담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나.

▶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이념은 '한쪽 편만 드는' 외교에 대한 시정이므로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이 대통령의 대만 문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 이는 한중 수교 관련 정치 문서의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한중 외교 관계에서 정치적 상호 신뢰를 회복시켰다. 특히 한국을 대만해협 갈등에 휘말리게 하려는 위험을 막았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20여 건의 협력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한중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 차원의 안정과 성장을 보장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는 미국으로부터 군사·정치·경제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실용적 외교를 견지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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