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과거엔 먼저 'DMZ 평화적 이용' 추진…정전협정 해석도 달라져"

현재 'DMZ법'에 보수적인 입장과는 모순된다는 지적 제기돼
9·19 군사합의 복원 논의에 속도…DMZ 평화법도 탄력 받을지 주목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DMZ 관련 법 체계와 평화적 이용' 세미나 / ⓒ 뉴스1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DMZ의 평화적 활용법 마련' 구상에 유엔군사령부가 부정적 입장을 표하면서 정부와 유엔사가 갈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유엔사가 먼저 나서 "DMZ를 남북 평화지대로 만들자"라고 제안한 사실이 있다며 이러한 '전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DMZ 활용 구상이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정부와 유엔사 간 '유연한 합의'만 있다면 이는 충분히 정전협정의 틀 속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공동개최로 'DMZ 관련 법 체계와 평화적 이용'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유엔사는 1971년 6월 12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에서 'DMZ를 평화적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며 획기적인 제안을 먼저 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데탕트(긴장 완화)'로 인해 남북 간에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유엔사 역시 DMZ의 기능과 목적에 전면적인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를 두고 "유엔사가 DMZ를 대하는 시각이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전협정 해석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전작권 전환' 영향"
지난해 10월 개최된 '2025 유엔참전기념행사 개막식'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5/뉴스1

아울러 현재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명시된 관할권의 범위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근거로 DMZ 출입 권한 등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과거에는 정전협정을 순전히 '군사적 성질'로만 한정 지으며 DMZ에서 발생하는 다른 남북 간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954년 11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북한이 "DMZ 내에 각각 거주 중인 남북 주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허가하자"라고 제안하자, 유엔사는 "관련 사안은 정전협정과 직결된 군사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문화적 교류 등은 각방의 정부에 구속력이 있다"며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전협정에 명시된 자신들의 책임 권한을 지금과는 달리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유엔사가 자신들의 권한과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움직임과도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005년 이후 전작권 전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현 정부 들어 본격화되면서, 유엔사는 자신들의 위상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정전협정 관련 사안에 대한 권한을 강조하고 개입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북 우발적 충돌 가능성 커져…DMZ '평화적 이용' 필요성 높아져

아울러 전문가들은 최근 '민간 무인기 사태' 등 남북 간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9·19 군사합의 복원과 함께 DMZ의 평화적 활용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조용근 경남대 교수는 "현재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심화하는 북한이 조만간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두 국가론을 당 규약에 명시하고,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 경우 DMZ를 규정한 정전협정이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9·19 군사합의를 되살리고, DMZ를 평화적 공간으로 제도화함으로써 그간의 정전협정 체제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및 군비통제 체제로 단계적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법 제정 논의에 힘을 실었다.

추 의원은 "DMZ의 평화적 활용은 남북 간 평화 분위기와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며 "법사위에서도 신속한 법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말 민주당 이재강·한정애 의원은 정부가 DMZ를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목적에 한해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