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 관계 부각해야"…일본의 성의 있는 '과거사 조치'는?

정상 간 친밀감 별개로 과거사 문제 제자리걸음…실용외교 부담 요인
전문가들 "일본의 과거사 문제 전향적 호응 아직 난망" 우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높은 분위기다. 일본은 중일 갈등 속에서 한국과 밀착하며 중국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를 활용해 잘 풀리지 않는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12일 제언한다.

이 대통령은 13일부터 1박 2일간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선거구인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대면한 뒤 불과 두 달 만의 재회로, 두 정상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복원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고착에도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단독·확대회담, 1대 1 환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동원해 소통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과거사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협력 사안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자리한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과거사 문제 간극 여전…정부, '조세이 탄광'으로 새 협력 지점 모색

그런데 이같은 정상 간 친밀한 분위기와 별개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의 간극은 아직 좁혀지지 않은 듯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이번 정상회담을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인도적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 전쟁 때 130여 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징용된 해저 탄광이다.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며 일본인 관리자를 포함해 180여 명이 수몰된 비극의 장소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인 피해자들도 상당수 발생한 곳으로, 유해 발굴이나 정부 차원의 보상을 원하는 일본 내 여론도 형성돼 있다. 그간은 민간 차원에서만 한일 간 협력이 이뤄져 왔고 유해 발굴에 일부 성과가 나면서 관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곳을 과거사 문제 관련 새로운 한일 협력의 장소로 꼽은 이유는, 다른 과거사 사안과 달리 일본 국민의 입장에서도 '해결'이 필요한 사안이 걸린 곳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사도광산 등 강제 동원 조선인에 대한 피해자 보상 문제·일본군 강제 위안부 합의의 복원 문제 등 한일 간 해묵은 과거사 현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새 사안 발굴 못지않게 정체된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 마련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더 당기고 싶은 현재의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이다.

日 언론 "역사 문제 언급되지 않을 듯"…전문가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 던져야"

일본은 과거사 문제보다는 중일 갈등 속 자국의 이익을 찾는 데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주에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공동의 '항일 투쟁' 역사를 강조한 중국과 한국의 밀착을 막기 위해 한국을 당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11일) 보도에서 "한국과 관계 유지를 부각해 중국의 의도를 깰 필요가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영토·역사 문제에 대해선 한일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도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 징용 피해자 등 역사 문제는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한일 밀착은 필요하지만 한국이 원하는 의제는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투의 보도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에 일본 정부의 의중이 녹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리 여론의 포커스를 돌리거나, 일본 정부의 입장을 흘려 분위기를 살피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서 위 실장이 새 협력 사안으로 언급한 '조세이 탄광'이 언급된 사례도 극히 드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보여줄 '과거사 호응'의 최대치가 매우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수면 아래 가라앉은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긴 여전히 쉽지 않다"라며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건 조세이 탄광 공동조사 수준까지일 것 같다. 사고 피해자 중엔 일본인도 있고 그간 일본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에도 일본의 성의 있는 과거사 문제 호응을 기대하긴 어렵다"라며 "조세이 탄광 문제도 그간 회피하다가 한일관계가 어느 정도 좋아졌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는 내부 판단이 있기 때문에 접근이 가능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국내의 대일 여론을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셔틀외교를 기반으로 한일 정상 간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선순환적 구조가 이어지긴 위해선 결국 핵심 안건도 일부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카이치 총리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사 사안이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세이 탄광처럼 양측 다 공감대가 일부 형성된 이슈도 있지만 사실 정부의 입장에선 진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을 잊으면 안 된다"라며 "이번에 조세이 탄광이 다뤄지는 건 (핵심 이슈로 가기 위한) 전 단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