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경쟁입찰' 결정에…함정 계약체결기준 개정

기본설계→상세설계 이어받는 수의계약 관례 깨지며 개정 필요성 제기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방위사업청이 함정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를 할 때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부분도 별도로 살피기 위한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기존 관행을 벗어나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된 이후, 향후 유사 사업에서 혼선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방사청은 이달 중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준 개정의 핵심은 함정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를 '연구개발사업'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제안서 평가 시 평가항목과 배점을 분명히 적용하도록 한 점이다. 방사청은 함정 사업의 기본설계 사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사업 평가 기준을 적용해 왔으나, 해당 기준에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단계를 본다는 내용은 없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제23조 '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한도'를 개정해 '함정 연구개발사업(기본설계)' 항목을 '함정 연구개발사업(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할 예정이다.

방사청은 또 후속함 건조 평가항목 및 배점을 신설하고, 기존 '함정' 평가항목별 평가 내용을 '함정(기본설계)'로 명칭을 바꿀 계획이다. 이는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후속함 건조까지 그대로 이어 맡을 가능성을 줄이는 조치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2025.12.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KDDX 사업 추진 과정과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KDDX 사업은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싸고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건조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며 약 2년 동안 지연되다 지난해 12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결정됐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한국에선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서 맡는 방식이 사실상 관례처럼 유지돼 왔고, KDDX 사업 역시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후속 단계를 수의계약으로 수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정부는 수의계약의 적법성 논란, 공동설계 방식의 담합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지명경쟁 방식을 선택했다. 방추위 결정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수의계약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방추위원들은 "효율성 측면에선 수의계약이 유리할 수 있으나 공정성과 경쟁에 따른 예산 절감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정한 후 "적법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했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번 개정은 향후 다른 함정 건조 사업의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한 사전 정비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방사청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그대로 수행하는 기존의 관행을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을 계기로 함정사업에서도 관례보다는 절차와 기준이 더 중요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라며 "앞으로 경쟁입찰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더욱 공정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