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북핵 문제 접점 아직…한중, 친해졌지만 '핵심 이익' 거리감 여전

"역사의 올바른 편에서 바른 선택"…시진핑, 대만 문제 압박 지속
북핵 및 대북 대화 사안, 韓이 적극 제기…中은 '침묵'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2026.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정은지 특파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나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중은 국가 차원의 양해각서(MOU) 15건을 체결했고, 한중 기업 간에도 32건의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경주에서의 첫 정상회담에서 형성된 친밀감을 바탕으로 중국의 이른바 '한한령'(限韩令·한류 제한령) 해제와 서해구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이 전면적 수준의 교류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한중 모두 외교적으로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사안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6일 제기된다.

中, 대만 문제로 한국 '당겼지만'…韓 "새로운 요구는 없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역시 '대만 문제'다. 중국은 이 문제로 미국과 오랜 시간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최근엔 일본과도 갈등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이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할 것을 원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현재 세계는 100년의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국제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라며 "중한은 지역 평화를 수호하고 글로벌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고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공개되는 자리에서는 '역사의 올바른 편에서 정확한 선택' 정도의 언급이었지만 중국 측 보도에 따르면 이후 비공개 회담에서는 한층 분명한 발언이 이어졌다.

중국 관영 CCTV는 전날 저녁 메인 뉴스 첫 보도로 한중 정상회담 소식을 다루면서 시 주석이 "양측은 각자 선택한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배려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표현하는 만큼 '하나의 대만' 및 대만 독립 불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존중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이 발언이 시 주석이 한국에 미국, 일본과의 밀착에서 벗어나 중국에도 더욱 전향적인 외교를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그간 한미동맹이라는 한국의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핵심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시 주석이 '국빈'을 맞아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대만 문제를 소재로 한국의 외교 기조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은, 당장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한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같은 시 주석의 언급에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민감 사안을 피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공개된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답을 갈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의 새로운 요구가 있지는 않았다"라며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CCTV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소개했고 지금도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CCTV는 전날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을 견지한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위 실장이 전한 내용보다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중 정상회담 일정 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북핵·대화 문제는 한국이 적극적…중국은 '침묵'

반면 북핵 및 대북 대화 등 한반도 사안에 있어서는 서로의 입장이 뒤바뀐 모양새다.

위 실장은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라며 "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최근 입장은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는, 다소 호모한 입장에서 크게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중국은 근 3년 사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북한을 감싸는 우방국으로서의 역할에 더 집중한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만일 시진핑 주석이 직접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다'라거나 '창의적 방안'을 언급했다면 중국의 대북 기조가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위 실장은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발언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정상 간 소통에 대한 한중 정부의 '공감대'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해석을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은 전날 CCTV 보도나 이날 오전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의 보도에서 '북한'이나 '비핵화'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 논의 결과에 대한 한중 간 온도 차이가 분명하게 감지되는 것이다.

위 실장은 "논의 자체가 어긋나거나 대립적이거나 하진 않았다"라며 양국의 '이견'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한중 모두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기에는 외교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확인된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은 당장은 북한과의 관계를 더 고려해야 하고, 한국은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더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양국 모두 즉각적으로 성과를 낼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나름의 최선을 다한 측면도 있다. 한정적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