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北, 中에 여전히 많이 의존…북미·남북 대화 '역할' 요청할 것"

[뉴스1 초대석] ① 조현 외교부 장관 신년 인터뷰
"한중관계, 정치적으로 대등하고 경제적으로 수평적·호혜적으로 만들겠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대담=서재준 외교안보부장)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5일 열릴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조 장관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을 맞아 뉴스1과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북러 밀착에 따른 영향은 있겠으나 무역 등 구조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의 새해 첫 인터뷰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대면 및 서면으로 진행됐다.

그는 중국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중 정상 사이에 만들어진 우호와 신뢰가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북미 그리고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두 정상의 첫 만남 이후 두 달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도 한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에 한층 더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올해 한반도 정책 기조인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라며 "북미·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12.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한국 대통령으로선 9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한중 정상은 5일에 만나 양국관계 현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와 중일 갈등 등 서로의 민감한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8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초청해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는 등 북한과 적극적인 외교를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이례적으로 한중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을 두 달 만에 수용하며 한국과의 외교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 점을 파고들어 북한·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적극 요청한다는 구상이다.

조 장관은 아울러 "한중 양국 간 정치적으로는 대등한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경제적으로는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수평적·호혜적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한중관계가 한층 가까워지는 중요 계기가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1648년 유럽에서 체결된 '웨스트팔리아 조약'을 언급하며, 자신이 중국과 소통할 때 이 조약의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 간 종교, 정치 체제, 통치 방식의 차이를 인정한 이 조약은 현대 국제법의 근간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 장관이 이 조약을 언급한 것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중국은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일본과 갈등하며 한국에도 '올바른 입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2일 공개된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라며 "동북아시아, 또 양안(兩岸) 문제를 포함한 주변 문제에서 평화와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말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한중 양국 간 정치적으로는 대등한 우호관계를, 경제적으로는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수평적·호혜적 협력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임세영 기자

다음은 조현 장관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인 '한중관계 전면 회복'의 추동을 위해 두 정상이 논의할 가장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양국 간 전략대화 채널을 복원해 한중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의 '국권회복'을 위한 공동의 역사적 경험을 기념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해 한중관계의 '우호정서'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 특히 작년 광복 80주년과 올해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중국 내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중 경제협력 구조 변화에 발맞춘 수평적·호혜적 협력도 추진해 양국 국민이 전면적 관계 복원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양(擧揚) 할 것이다.

또한 양국 정상이 2개월 간격으로 교류하면서 형성된 우정과 신뢰에 기초해 한중관계의 전면적 복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겠다. 한중 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노력을 통해 실현 가능한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중 정상 간의 빠른 상호 방문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가 전면적으로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 간 정치적으로는 대등한 우호관계를 구축하고 경제적으로는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수평적·호혜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한중 정상이 2개월 간격으로 상대국을 국빈 방문하고 새해 첫 국빈 정상 외교 일정을 함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당기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진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과의 소통 과정에서 미국의 반응은 어땠나.

▶동북아 지역은 경제와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역내 국가들 간 최대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공통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내 정세가 복잡할수록 대화를 지속하면서 오해와 긴장이 쌓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 관계는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겠지만 역내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바라는 기본적인 목표는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한중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중 양국은 공동의 목표 실현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중국 측과 협의할 때, 근대 국제법의 시작으로 일컫는 '웨스트팔리아 조약'의 정신을 이야기한 바 있다. 국가 간 종교, 정치 체제, 통치 방식의 차이와 상관없이 서로의 주권을 인정하고 영토와 국경을 존중한다는 원칙이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을 통해 수립된 이래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를 포함한 인태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은 한미동맹이 함께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이 지역 국가들 간의 소통과 교류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있어 바람직하다는데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외교적 운신 폭을 확대하고 역내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첫 양자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부는 2026년을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 가동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상당히 중요한데,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중국에 제기할 첫 번째 사안을 꼽자면?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강화한 북러 밀착의 영향은 있겠으나, 무역 등 구조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정상 사이에 만들어진 우호와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그리고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중국은 한중 외교장관회담 등 여러 계기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 기본 입장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전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한중 간 인적·문화 교류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문화는 양국 간 우호정서를 제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다. 양측이 모두 수용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문화 교류를 확대하면서 양국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울러 양국 간 우호·신뢰 증진을 위해서는 오늘날의 문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함께 기념하고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각계의 지지와 지원을 받으며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사는 오늘날 한중 우호의 중요한 역사적 토대다.

특히 안중근 의사는 저우언라이(주은래) 전 총리가 '한중 양 국민의 공동 항일 투쟁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로부터 시작했다'고 했을 정도로 중국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와 같은 공동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중 양국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우리 독립유공자 유해 발굴·봉환, 사적지 관리·보존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력해 오고 있다. 외교부는 올해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자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건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측의 협조를 견인하고자 한다.

-'서해 구조물' 문제와 관련한 논의에는 어떤 진전이 있나. 정부가 이 문제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는지, 반대로 구조물의 철거 및 이동 등을 전제로 한 '완전한 해결'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문제로 보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서해 문제를 잘 풀어나가자'는 공감대를 확인한 바 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측과 실무적으로 꾸준히 소통해 오고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정부는 우리의 해양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빈틈없이 대응하면서도 한중관계의 안정적·장기적 발전을 위해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열린 바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조현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다. 외무고시 13회로 1979년 입부해 국제경제국장,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1·2차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하며 다자외교·통상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으로 평가된다.

△1957년 전북 김제 출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프랑스 정치대학 국제정치학 석사 △툴루즈제1대학교 정치학과 박사 △외무고시 제13회 △다자통상국심의관 △국제경제국장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차석대사 △다자외교조정관 △주오스트리아 대사 △주인도 대사 △외교부 제2차관 △외교부 제1차관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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