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청산, 시대정신 맞지만…'상처 봉합'은 언제쯤[한반도 GPS]
진상 규명·책임자 문책의 장기화가 '무력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026년 새해가 밝았지만 군은 여전히 '계엄의 밤'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계엄 잔재 청산과 국민의 군대 재건 목표를 내세운 지 반년의 세월이 흘렀고, 계엄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은 활발히 이뤄지는 반면 '내란군'이라는 오명으로 자존감이 곤두박질친 우리 군의 사기를 진작할 방안은 아직 그 청사진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우리 군에 던진 시대적 과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12·12 군사 정변부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2·3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대통령 등 권력자의 사적 도구로 희생됐던 비극을 막을 제도적으로 방지책 마련입니다. 다른 하나는 복종을 생명처럼 여기는 군 조직에서 장병 개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인 '명령 거부권'을 마련할 방안입니다.
전자의 해결책으로는 비상계엄에서 군 병력 동원 등에 은밀하면서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난 방첩사령부 및 정보사령부의 개편이 주로 언급됩니다. 두 기관의 고유한 기능을 민간 경찰 및 다른 직할 부대 등에 이관해 힘을 빼는 게 핵심이지만, 작년 12월 말까지 수립될 예정이었던 재설계안은 '다양한 의견 수렴 및 현장 방문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결국 기한을 넘기게 됐습니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선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임무 수행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군의 분위기입니다. 안보를 책임지는 군의 느슨한 임무 수행의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국민입니다.
'명령 거부권'에 대한 논의 역시 비상계엄 발생 1년이 지난 지금도 지지부진합니다.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명령의 범위를 '명령의 위법성'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합의일뿐더러, 이런 명령을 내린 군 지휘부를 처벌하는 등 윗선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및 처벌 수위에 대한 논의는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도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으로 망가진 군을 다시 '건강한 군'으로 돌리기 위한 방책 마련이 부족한 것과 달리, 12·3 비상계엄 가담자 색출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주 전 내란 특검 및 경찰로부터 수사를 이어받은 국방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7일부터 대북전단 살포 등 계엄 관련 수사에 착수하며 진상 규명에 힘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 계엄에 군 장병들을 동원한 주요 지휘부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마무리됐으며, '계엄 버스' 탑승자 등 군 지휘부에 대한 징계 역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의 진실과 계엄에 자발적으로 개입한 군 지휘부의 책임을 묻는 일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군이 연루된 현대사의 비극이 반복된 이유는, 부족했던 성찰과 적당한 타협에 있었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진단처럼, 역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계엄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나도록 사기가 진작되지 않는 부처는 국방부뿐인 듯도 합니다. '계엄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사수하기 위해 처벌과 징계만이 능사인지 이제 고민을 좀 해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 전반의 사기 저하와 무력감이 장기화하면, 손해를 입는 것은 국민입니다. 이 무력감이 길게 이어지진 않도록 적어도 '상처 봉합'을 위한 최소한의 청사진 마련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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