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주무부처' 통일부 손 들어준 李 대통령…美는 어떻게 볼까
美와 카운터파트 없는 통일부…'한반도평화특사'로 해결 모색
전문가 "美 환영 여부는 미지수…일단 상황 관찰할 것"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부처는 '통일부'라며 힘을 실어줬다. 앞으로 대북 사안은 통일부가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그간 외교부(한국)-국무부(미국) 채널로 대북 사안을 협의했던 미국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관측이 20일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외교부·통일부의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가 진짜 원수가 된 것 같다"며 선제적, 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적 관계가 완화될 수 있도록 통일부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내년을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 가동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내년에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것은 통일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대북 관련 한미의 소통창구는 외교부-국무부였기 때문에 한미 간 소통 창구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측면이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출범한 '통일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는 김대중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개편됐는데, 노무현 정부 때까지도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통일부가 대북정책의 전면에 나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NSC에 변화를 주면서 주도권이 외교부로 넘어갔다. 이는 남북관계가 활발했던 문재인 정부 때도 유지됐다. 당시엔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대북 협상 및 소통 창구로 기능하고, 외교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담당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는 한미 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했는데, 북미 협상의 영향력이 남북 대화에 비해 막강한 상황에서 워킹그룹의 수석대표를 외교부가 맡으면서 전반적인 주도권을 외교부가 확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두고 남북 양자 중심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이른바 '자주파'에서는 외교부가 미국과 필요 이상으로 보조를 맞춰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곤 했다.
이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이제 통일부는 약 17년 만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관건은 미국 측의 호응 여부다.
미국이 한국의 주권 사항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진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의 워킹그룹이 미국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혹시모를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북미 협상에 영향을 줄 경우 '트럼프식 외교'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평화의 중재자'가 돼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무부 등 행정부에서는 소통 채널의 '급과 격'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한미 간 유사한 체제를 구축하고 장기간 긴밀한 소통을 해온 '노하우'가 있는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를 통한 소통이 자연스럽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미 국무부엔 통일부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는 없다.
통일부의 전면 등장이 지난 십수년간 대북제재 체제가 공고화하고, 북한 관련 현안이 '교류협력'에서 '북핵'으로 완전히 이동한 국제사회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정동영 장관이 전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평화특사'의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미국과의 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한반도평화특사가 북한 파견을 위한 '대북특사'와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북미 간 정상회담 추동을 위해서도 이같은 고위급 대북 특별대표 지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변국과의 소통을 위해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이 직책이 정부의 대북 사안을 총괄하는 '수석대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대외 사안 전반을 다루는 국가안보실이나 NSC와 별도로 대북 사안만큼은 평화특사가 총괄한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평화특사가 미 국무부의 북한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직책이자 미국 정부의 대북 수석대표로 활동했던 '대북정책특별대표'(현재 공석)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임을 시사했는데, 이와 관련한 미국의 호응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아직 유의미한 소통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이재명 정부의 결정에 급하게 입장을 표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이뤄질 당국 간 소통에서 자연스럽게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통일부가 협의에 나서는 것에 대해 특별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호응할지도 별개 사안"이라며 "만약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통일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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