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유실'로 어려워진 박진경 대령 훈장 취소…4·3 특별법 개정 검토
국방부 "공적 기록 확인 어려운 게 사실"…6·25 겪으며 없어진 듯
4·3 진상보고서 내용엔 평가 엇갈려…'무자비한 작전 vs 양민 구출'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정부가 1948년 제주 4·3사건 진압 작전을 맡았다가 부하에게 암살당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령의 공적 기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전날에도 "1950년 서훈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자료 확인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박 대령의 공적 기록이 사실상 유실됐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6·25 전쟁 중이었던 1950년 12월 30일 박 대령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박 대령이 사망한 지 2년 6개월 뒤였다. 훈장 증서에는 "멸공전선에서 제반애로를 극복하고 헌신분투하여 발군의 무공을 수립하였다"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자료는 전쟁 과정에서 유실돼 현재는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의 박 대령 공적 자료 추적은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위를 박탈하려면 그의 훈장을 취소·박탈해야 하는데, 훈장 취소가 되려면 수훈자는 △서훈 공적이 거짓이거나 △적대 지역으로 도피했거나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 등 특정 범죄 경력 전과가 생겼거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박 대령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공적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령의 공적 자료의 확보에 최종 실패할 경우 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공식 자료는 노무현 정부 때 발간된 '4·3 사건 진상보고서'에 실린 관계자들의 증언이 사실상 전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을 총으로 쏜 당사자인 손선호 하사는 "박 대령의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공격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손 하사는 박 대령의 작전으로 아버지의 시체를 안고 있는 15세 아이를 살해하거나, 폭도가 있는 곳을 안다고 안내한 양민을 총살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령의 참모였던 임부택 대위는 박 대령이 '조선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하여 3회 정지명령에 불응자는 총살하라'라고 지시했다고 재판정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만으로는 박 대령의 행적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소대장이었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박 대령은 양민을 학살한 게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 4·3 초기에 경찰이 처리를 잘못해서 많은 주민들이 입산했는데, 박 대령은 폭도들의 토벌보다는 입산한 주민들의 하산에 작전의 중점을 뒀고, 이러한 민간인 보호작전은 인도적이면서 전략적 차원의 행동이다"라고 증언했다.
박 대령이 제주에 있었던 1948년 5~6월은 4·3 사건 초기로, 같은 해 겨울 대규모 집단 총살극이 벌어진 강경진압작전 때와 비교하면 인명피해가 많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진상보고서에 적힌 박 대령에 대한 평가로 서훈 취소를 결정하는 것보다 4·3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서훈을 취소하는 방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18 특별법에 참고할 만한 조항이 있어 비슷한 내용을 4·3 특별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상훈 박탈)는 5·18 진압 공로로 받은 상훈은 서훈을 취소하고 훈장을 환수한다고 정했고, 약 80명의 서훈이 이에 근거해 취소됐다. 현재 4·3 특별법에는 상훈 박탈 조항이 없다.
이와 관련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갑)은 전날 '4·3 진압 공로로 수여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담긴 4·3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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