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DS 발표 남았지만…미중 '공존'하면 韓 숨통 트인다"
美 NSS "미중, 상호 이익인 경제적 관계 맺어야"…中과 '공존' 추진 시사
동맹 강조하며 '대중 봉쇄선'도 병기…"좀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미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적대국'에서 '관리의 대상', 즉 공존의 대상으로 바꾸려는 듯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의 대중 기조가 바뀌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이 이르면 연내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의 내용까지 살펴본 뒤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9일 제언했다.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청사진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관련해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적 관계를 맺길 희망한다"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이 명시됐다.
이는 그간 미국이 중국을 사실상 '적성국'으로 규정하며 '체제 경쟁'이나 '이념 대결'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중국과의 대결 흐름을 멈추고 앞으로는 관리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특히 '상호 이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등 안보 분야에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의 NSS에서 빠지지 않았던 중국의 '권위주의'를 직격하는 표현도 이번엔 빠졌다. 이 표현이 NSS에 등장하지 않은 건 1988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NSS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현실주의적 접근을 천명하기도 했다. 마치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구축을 포기한다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실용주의·거래주의적 정책을 더 선명하게 표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 6일(현지시간)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이상주의 유토피아 시대의 종식을 선언하며, 중국과의 '상호 존중'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추진 중인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을 존중하는(respecting) 정책을 따를 것"이라며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방식도 크게 전환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새 NSS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입김이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 대한 긍정적 표현을 NSS에 명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미중 관세 협상을 이끌며 지난 10월 정상회담을 통한 '휴전'을 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제적 실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그의 입장이 NSS에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미중 간 갈등이 완화하면 한국의 입장에선 외교적 공간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별로 미중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서다. 특히 한중이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중 간의 유화 모드는 한중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간 일정 수준의 공존을 모색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 사이에서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은 넓어질 것"이라며 "남북관계나 북핵 문제도 미중관계가 좋아서 상호 협력의 흐름이 조성될 때 진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전날인 7일 내년에 '한반도 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해 북한과의 대화를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NSS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이 한중관계 회복 기류 속에서 주변국과의 협업으로 대북 사안의 진전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꾸준히 중국에 요구해 온 북한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이 미중관계의 개선에 따라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새 NSS를 통해 중국에 '완전한 화해'를 선언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단은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자극'을 피했다고 보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아직 우세하다.
실제 안보 분야와 관련해 NSS에는 중국의 태평양 구상에 따른 1차 해상 방어 경계선인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 내에서의 중국의 침략 행위를 저지하는 군사력 구축 필요성과 대만 방어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한 '동맹의 역할'도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대중 견제에 대한 역내 동맹국의 역할 강화도 강조했다.
NSS는 특히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인도·태평양지역을 "21세기 지정학적인 핵심"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인태지역의 미국의 동맹국에게는 미중의 '경제적 공존'의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공존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돼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인태지역에서의 현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이라며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에 있어 한국이 북한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중국 견제까지 주요 행위자로 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미국의 정확한 의중은 곧 발표될 국가방위전략(NDS)의 구체적 내용까지 봐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NDS에서 한일 등 인태지역의 동맹에게 대중 견제에 더 강하게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긴 구상이 발표될 경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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