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 두고 6·25 참전한 이지건 일병, 75년 만에 귀환
기계-안강 전투서 전사…2000년 5월 경주서 유해 발굴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6·25전쟁에 참전해 조국을 지키다 26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이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0년 5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어래산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故) 이지건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일병은 올해 17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가족에게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총 265명으로 늘어났다.
이 일병은 1924년 2월 경상북도 달성군(현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5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이른 나이에 혼인한 고인은 전쟁 발발 당시 이미 8살, 4살, 4개월인 세 딸의 아버지였다.
이 일병은 전쟁이 발발하자 대구의 육군 제1훈련소에 입대했고, 훈련을 수료한 뒤 국군 수도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1950년 8월 9일부터 9월 22일 벌어진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이 일병의 동생 중 셋째 고(故) 이봉건 일병도 국군 수도사단 소속으로 기계-안강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이다. 형은 이번에 신원을 확인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지만, 동생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해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 이름만 새겨져 있다.
이 일병의 신원 확인은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 시료와 2019년 채취한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장기간에 걸쳐 비교·분석한 결과 이뤄졌다. 유해에 대한 최초 유전자 분석은 2002년 처음 시도했으나 당시 기술력으로는 유전자형을 검출하지 못했고, 이후 2010년 재분석에서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대구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고인의 첫째 딸 이호분 씨 자택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김종술 대구지방보훈청장은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패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고,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는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 등을 설명했다.
이 씨는 "그동안 아버지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하루빨리 햇빛 잘 드는 국립묘지에 지금 선산에 계신 어머니를 합장해 드리고 싶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hg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