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버스' 탑승자 걸렀다…'반 계엄 장성' 어떻게 검증했나
'계엄 버스' 탑승자 중 진급자 0명…계엄 연루 판단의 주요 잣대
면접 때 '계엄이 내란이냐' 질문하기도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청산을 기조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첫 중장 인사가 단행됐다. 지난 9월 진행된 4성 장군 7명 일괄 교체에 이어 군 중장 정원 31명 중 20명이 대거 교체된 역대 규모의 '물갈이' 인사다. 계엄으로 공석이 된 주요 보직을 메워 조직을 안정화하되 계엄 관여자에 대한 '신상필벌'의 메시지를 선명히 드러내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진급한 인사는 육군 소장 14명과 해군 소장 3명, 공군 소장 3명 등 총 20명이다. 비상계엄에 연루돼 재판을 받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직무대리 체제였던 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 수장엔 각각 박성제 특전사령관 직무대리(학사 17기), 어창준 합동참모본부(합참) 전작권전환추진단장(육사 49기)이 임명됐다.
비육사 출신이 특수전사령관으로 보직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소장은 9공수여단장과 37사단장, 교육사 교육훈련부장을 역임하는 등 정책 및 특수작전 분야 전문가다. 어 소장은 육군본부 비서실장, 국방부 군사보좌관, 17사단장직을 두루 거친 정책 기획 및 통합방위작전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중장 직위였던 방첩사령관은 조직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라 이번 인사에선 제외됐다. 현재 방첩사령관은 편무삼 육군 준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추후 진행될 소장, 준장 등 장성급 인사 때 급을 낮춰 새 사령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 조기 극복을 위한 인적 쇄신 차원에서 합참의장이 전원 물갈이를 예고했던 합참 본부장 4명도 모두 교체됐다. 강현우 육군 소장은 합참 작전본부장, 강동구 해군 소장은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구상모, 김준호 공군 소장은 각각 합참 군사지원본부장과 국방정보본부장에 임명됐다.
계엄 선포 다음 날이자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인 4일 새벽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의 지시로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가는 버스를 탄 소장 5명 중 진급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계엄 버스'가 곧 진급을 좌우하는 지표가 된 셈이다.
국방부는 비상계엄에 대한 '신상필벌'을 강조하며 지난 8월 특검 수사와 별개로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계엄 연루 부대의 대령급 장교 전원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는 등 가담자 색출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인사도 그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이번 중장 인사 검증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면접 과정에서 모든 대상자들에게 '계엄이 내란이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일부 진급 대상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지난달 국회의 국정감사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여당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것이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아직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틀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육군 1·2·3·5·7군단장과 수도군단장 등 6개 군단장이 전부 교체되고, 미사일전략사령관 및 공군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등 해·공군 주요 지휘체계를 담당하는 보직도 새롭게 임명됐다. 합참 주요 보직 임명과 더불어 작전 수행에 필수적인 직위들이 새롭게 채워지면서 조직 운영도 안정화될 전망이다.
한기성·정유수·이상렬·이일용·최성진·이임수 육군 소장은 군단장에, 권혁동 육군 소장은 미사일전략사령관, 강관범 육군 소장은 교육사령관, 박춘식 육군 소장은 군수사령관, 최장식 육군 소장은 육군참모차장, 강현우 육군 소장은 합참 작전본부장, 김종묵 육군 소장은 지작사 참모장으로 진급했다.
내부적으론 비육사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게 이번 인사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육군 중장 진급자 14명 중 비육사 출신은 5명으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통상 비육사 출신 중장 진급자가 전체 비율의 10% 내외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비상계엄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육사 출신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기성 소장(학군 33기)은 학군장교 출신으로는 최초로 수도권 방어의 핵심 부대인 1군단장에 보직됐다. 박성제 특전사령관, 김종묵 지작사 참모장(학군32기), 이상렬(학군 31기) 신임 군단장, 최창식(학군 30기) 육참차장이 모두 비육사 출신이다. 해·공군 중장 인사는 전부 사관학교 출신이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 중 비육사 출신 진급 인원이 최근 10년 내 역대 최다"라며 "국민 주권 정부의 국방 정책 기조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사명감과 책임감,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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