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모양으로 적에게 돌진"…해군, 기동사령부 창설 후 첫 함대급 훈련

한반도 전 바다 활보하며 기동 작전 수행하는 최정예 함대… 함포 실사격 등 수행
해군 80주년 맞아 정조대왕함도 깜짝 등장…전술 기동 훈련 참여

10일 해군 기동함대사령부가 동해상에서 실시한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에서 함정들이 '종열진'을 구축하고 있다. 앞쪽부터 정조대왕함-율곡이이함-왕건함-강감찬함-대청함. (해군 제공)

(포항=뉴스1) 김예원 기자

"하늘이 내린 힘, 최강서애!"

10일 경북 포항으로부터 동쪽으로 70여 km 떨어진 공해 인근. 승조원들의 힘찬 외침 속에서 선두에 선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의 함포가 표적을 향해 불을 뿜었다. 뒤이어 따라오던 또 다른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DDG), 4400톤급 구축함 왕건함·강감찬함(DDH-II)도 연달아 표적을 향해 포를 발사했다. 굉음과 함께 나아간 포 15발의 물기둥이 순차적으로 솟아오르며 순식간에 8㎞가량 떨어진 목표물을 격추했다.

올해 2월 해군의 공격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창설된 기동함대사령부가 동해 인근에서 첫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은 올해 12월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는 8200톤급 최신함 정조대왕함을 포함해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 등 총 4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3척이 훈련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인호 기동함대사령관의 지휘로 진행된 이번 훈련엔 함정 7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정조대왕함은 아직 전력화 단계이긴 하지만,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대한민국 해군기를 달고 이번 합동 훈련에 참여했다. 이지스함 3척 외에도 구축함인 왕건함·강감찬함과 4200톤급 군수지원함인 천지함·대청함 등이 함께 움직이며 기동함대 작전 수행 능력 향상을 과시했다.

기동함대사령부는 각각 동·서·남해라는 관할 해역을 가진 기존 해역함대(1·2·3함대)와 달리, 한반도 전 바다를 활보하며 해양 우세 달성을 위한 기동 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함대다. 1989년 10월 '해군 전략·군사력 소요'에 '전략기동함대'가 처음 거론된 것을 시작으로 기동함대사령부 설립 추진이 본격화됐다. 2010년 2월엔 기동함대사령부의 모체인 7기동전단, 2025년 2월엔 기동함대사령부가 순차적으로 창설되며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KAMD·KMPR)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10일 해군 기동함대사령부가 동해상에서 실시한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에서 함정들이 '능형진'과 '쐐기진'을 조합한 복합진으로 전술 기동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번 훈련은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주야간 구분 없이 진행되는 함대급 훈련으로, 참가 전력들은 동해와 남해를 번갈아 이동하며 대함전·대잠전·방공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실시했다. 10일 오전엔 함포 사격 훈련, 오후엔 전술 기동훈련 및 기동 군수 훈련 지원 절차 훈련 등이 진행됐다.

서애류성룡함을 선두로 한 기동함대 행렬은 일렬로 '종열진'을 구축하며 운행하다 다이아몬드 모양인 '능형진'과 화살표 모양인 '쐐기진'이 합쳐진 복합진으로 대형을 전환했다. 복합진은 이지스구축함과 구축함을 외곽, 군수지원함을 안쪽에 배치함으로써 외부 공격으로부터 비전투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군수지원함은 운행 및 작전수행에 필수적인 기름, 탄약 등을 운반하므로 적진의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후엔 서애류성룡함이 다수 항공기 및 유도탄을 탐지·추적하고 격추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15분여 간의 모의 방공훈련이 실시됐다. 전투지휘실에선 대공레이더로 탐지한 미상 비행물체를 적 항공기 및 적 유도탄으로 판단, 인근 아군 전력에게 전파한 뒤 SM-2 함대공유도탄을 발사해 격추 완료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상정됐다.

김인호 해군기동함대사령관(소장)은 "첫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임무를 수행하는 기동함대의 작전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유사시 압도적 전력으로 이길 수 있도록 실전적 훈련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