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AI, 임원 성과급 반납·'주 6일 출근' 시행…실적 악화로 '악전고투'

부문장·본부장급 임원들, 매주 일요일 '경영개선위' 회의 열기로
올해 잇단 사업 수주 실패·사장 공석 장기화…자구책 마련 박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관 전경(KAI 제공). ⓒ 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허고운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성과급을 반납하고,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연이어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등 경영 실적이 악화하며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3일 사내 공지를 통해 "회사는 최근 잇따른 사업 실주로 한국형전투기(KF-X), 소형무장헬기(LAH) 등 대형 체계개발 사업 이후 미래 먹거리 전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기존 사업도 현안과 리스크가 지속되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위한 '경영개선위원회'의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부문장과 본부장급 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앞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출근해 사내 전반적인 개선 사항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KAI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성과급을 반납할 것을 지시하고, 출장 시 일당 지급을 중단하고 항공 등급을 하향하는 등 처우를 일부 조정했다.

KAI는 사내 공지에서 "기능별 역량은 점진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비용증가로 이어져 만성적인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0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에서 KAI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KF-21을 살펴보고 있다.2025.10.2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최근 KAI는 국내 경쟁 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올해 초 9613억 원 규모의 UH-60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1조 8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해군 표적기 연구 개발(R&D) 과제, 6000억 원 규모의 천리안 위성 5호 개발 사업의 수주에 모두 실패했다.

이에 KAI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2.6% 줄어든 7021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도 21.1% 감소한 602억 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매출 공개 당시 KAI 측은 "일부 사업의 납품 시점이 연기되며 실적이 4분기로 넘어가 잠시 주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빅4'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실적 부진이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던 강구영 사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6월 4일 사임하면서 KAI 사장직은 현재 5개월 넘게 공석이다.

KAI 노동조합은 정부를 상대로 사장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며, 필요시 조만간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AI 측은 "올해 실주 사례도 많이 있었고 여러 정치적 문제도 얽혔다 보니 회사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이를 빠르게 해결하자는 공감대에서 경영개선위원회를 개최하게 됐고,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논의될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확정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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