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에 관심 큰 트럼프, '관세 진통' 韓 '패싱' 우려 제기

한미 정상회담 이틀 앞인데…李 "관세 협상 교착"
트럼프, 2박3일 日 찾고 APEC서 시진핑과 '담판'…한미, '성과 없는 대화' 우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뒤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 쏠려, 자칫 '성과 없는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27일 제기된다.

한미 정상은 오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첫 방한이자, 지난 8월 말 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의 양자회담이다.

한미의 최대 현안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가 길어지는 관세 협상이다. 이 협상이 순탄하게 끝난다면 한미 정상은 이를 회담의 최대 결과물로 삼아 성과를 발표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법, 투자 금액, 일정, 손실을 분담하고 배당금을 어떻게 나눌지는 여전히 난제"라며 관세 협상이 교착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라며 현재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고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한국과의 관세 협상은 타결에 매우 가까워졌다"라면서도 "그들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한미의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협상 국면이 '한국의 양보 내지는 순응'이 있어야 끝나는 상황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미 정상회담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게 한다. 두 정상이 만나 '탑 다운' 식의 합의를 할 여지도 있지만, 이 대통령도 정부의 이익에 반하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이 강한 지금의 상황에서 전격적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트럼프, APEC 앞서 일본은 2박 3일 따로 찾고…한국 오면서는 "김정은, 만나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가 한국과의 '성과 만들기'보다는 일본, 중국, 북한과의 외교에 더 쏠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일본을 찾는다. 일본의 새 총리인 다카이치 사나에와의 첫 만남을 위해서인데, 방일 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및 APEC에서도 만날 수 있는 미일 정상이 굳이 별도의 일정을 갖는다는 것은 미국이 미일동맹을 한미동맹보다 더 중요시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이번 APEC의 '메인 이벤트'가 미중 정상회담이라고 할 정도로 이번 만남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장기화한 패권 경쟁으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황에서 확전 방지를 위한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마친 뒤 "정상 간의 논의를 위한 매우 성공적인 틀이 마련됐다"라고 밝히며 정상회담의 전망이 밝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에는 관세 협상에서 '양보'를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한국을 찾으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이름을 먼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국가)라고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라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주목도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한국이 의장국으로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주최하는 정상회의 본행사(경제 지도자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실리'만 챙기고 한국에 대한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행보가 예정된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관세 협상에서 시간은 미국 편"이라며 "미국도 동맹국을 마냥 압박하기엔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트럼프라는 인물의 특성상 오히려 더 분위기를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