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국 중 3국 정상 APEC에 모인다…美 못지않게 중요한 中·日 외교
11년 만에 시진핑 방한…서해 구조물·반중 여론으로 기 싸움
'극우' 다카이치와 공존 지점 모색 필요…日 태도가 관건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4강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중 3국의 정상들이 한국에 모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주최하는 첫 다자외교 회의에 주요국과 밀접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24일 제기된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못지않게 중국, 일본과의 정상 외교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는 사실상 실용외교의 첫 합을 맞춰야 하고, 정권이 바뀐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 설정을 위한 긴밀한 소통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날 백악관과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국빈 자격으로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 간엔 관세·안보·비자 관련 협상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각 현안별로 고위급 실무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 관세 협상은 '막판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길어지고 있으며, 안보 협상은 마무리가 됐지만 발표 시점과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
관건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및 안보 협상의 세부 합의 내용을 공개할지 여부다. 특히 관세 협상의 경우 한미 간 이견이 뚜렷하고, 접점을 찾기 쉽지 않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되지 않는다면 사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보 분야 협상 결과물은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와 국방비(예산) 증액,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까지를 포괄하는 '종합 안보 패키지'로 논의 중이다. 관세 협상과 비교했을 때 안보 협상에서 한미는 큰 쟁점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까지는 관세와 안보 협상의 결과를 함께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통상·안보 두 개가 완성될 때 한꺼번에 발표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 협상이 29일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면, 자칫 한미 정상회담이 유의미한 합의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안보 협상의 결과를 먼저 공개하는 방안도 미국 측에 적극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도 "우리는 (통상·안보를) 따로 (발표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미국 못지않게 한중관계와 한일관계의 '안정적 지점'을 찾는 것도 APEC 외교의 과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년 만에 방한해 오는 11월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 복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 때 멀어진 한중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양자 간 문제도 있지만, 북중러 3자의 전략적 연대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한국에서 대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중은 최근 양국 국민의 무비자 방문 정책을 시행하는 등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 및 우호적 인식 증진을 위한 조치를 천천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합의를 깨고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인공 구조물을 세운 문제와, 한국 내의 반중·혐중 여론을 두고 양국이 껄끄러운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다.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껄끄러운 문제'를 피하지 않고 나름의 결론을 내기 위한 사전 협의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공급망 안정, 투자 협력 등 실용적 경제 의제를 두루 함께 다루며 변수가 있는 문제도 관리하는 방향의 논의를 진행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중국의 평가를 불식할 수 있는 외교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한중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로 만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의 관건은 안정적인 한일관계 유지에 대한 양국의 합의 여부다. '극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 역시 우경화된 인사들을 다수 배치하며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끼게 했다.
일단 현시점에서는 일본 역시 당장 한일관계에 악수를 던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한일 모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력 확보 차원에서 일본 역시 한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 직후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일본에 급파해 새 내각 인사들과 회동했다. 위 실장은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의 주요 인식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일 정상의 첫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방향성에 대해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시바 시게루 전임 일본 총리 때의 한일관계를 다카이치 총리도 지켜야 한다는 압박성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실용외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시바 체제와 다카이치 체제의 기반과 성향이 서로 다른 만큼, 메시지로 압박하기보다는 대미 외교에 있어서 일본과의 공조 방안을 확실하게 설정하면서 집권 초기인 다카이치 총리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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