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앞뒀지만…"국방부 장관이 안 보인다"[한반도 GPS]
'문민 통제' 강조했으나 '안규백표 정책' 선명하지 않아
'인사 폭풍' 예상됐으나 주요 직위 40%가 '대리'…군령에 문제없나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곧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권력의 사적 도구가 된 군을 국민의 군대로 되돌리겠다"라던 출사표는 선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안 장관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예상보다 박합니다. "국방부 장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안 장관은 취임 직후 국방부 인사기획관을 일반직 공무원으로 교체했습니다. 그 자리는 오랫동안 현역 또는 예비역 장군이 맡던 자리였습니다. 이 때문에 "문민장관의 속도전이 시작됐다"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9월 1일에는 합참의장 등 4성 장군 전원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그러나 다른 고위직 인사는 진행이 느립니다.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 장관은 상임위에 주요 간부를 소개했는데, 총 34명 중 40%인 13명이 직무대리였습니다. 소개된 직무대리는 정책실장을 비롯해 국군방첩사령관, 정보사령관, 조사본부장 등이었습니다. 전방 군단장 5명 중 3명도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런 공백 속에서 군 내에선 잇단 사고가 터졌습니다. 해병대와 육군 등의 장병들이 총기로 숨졌고, 훈련 중 포탄·지뢰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물론 이 책임을 안 장관에게 돌릴 수는 없겠지만, 군 수뇌부의 공백으로 지휘체계가 느슨해지면서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사고 이후에도 단호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64년 만에 문민통제를 내세운 장관의 존재감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신원식 전 장관이 '즉·강·끝'(즉각·강력하게·끝까지 응징)이라는 '유행어'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한 것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행보와 비교하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을 강조하며 현 정부 외교안보 분야 '의제 설정'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강한 군대를 추구하는 국방부와 남북 대화를 중시하는 통일부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무리하지만, 정 장관의 정책 추진 방식이 인상 깊다는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오는 건 신경이 쓰이는 대목입니다.
장관이 반드시 시끄러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모든 정책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다만 안 장관의 모습이 '새로운 군'을 기대한 장병들과 국민이 기대한 것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방식을 제고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장관에게 기대가 컸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는 오랜 국방위원회 경험을 가진 '군을 잘 아는 문민인사'입니다. 비상계엄 사태를 신상필벌로 매듭짓겠다는 포부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포부를 실행하기 위한 '안규백표 국방 정책'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문민장관의 장점이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국방부 직원들의 하소연도 들리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또 다른 과제인 방첩사 개혁도 지지부진합니다.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는 산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를 통해 연말까지 정책안을 내고, 2026년까지 개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는 내부 불만이 나옵니다. 방첩사 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해 온 핵심 과제입니다.
물론 안 장관이 보낸 시간은 아직 짧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금처럼 '조용한 장관'이란 평가를 계속 듣게 된다면 군의 개혁은 다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군에 필요한 건 행동으로 증명하고 책임지는 문민장관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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