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유력' 日 다카이치, APEC 준비…한일관계 '첫 메시지' 주목

'극우 연정' 성공에 한일관계 악화 우려 커져
방한 전 우경화 행보 시 정상 간 유의미한 만남 어려울 수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오른쪽)가 지난 17일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대표와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5.10.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일본의 첫 여성 총리에 도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위기를 극복하고 총리 지명에 한발 다가갔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리 지명 선거를 무난히 치른다면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일본을 대표해 참석하게 된다. APEC이 한일관계에 대한 다카이치의 의중을 알 수 있는 첫 계기가 될 전망이다.

19일 NHK 등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20일 새 연립정권 구성을 위한 정식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중의원(하원) 중 35석을 차지한 유신회 소속 의원들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한다면, 그는 자민당의 196석을 합쳐 중의원 전체(465석) 중 과반(233석)에 가까운 231석을 확보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달성하면 총리로 지명된다. 이후 천황이 형식적으로 총리를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도 '다수표'를 얻은 후보자가 승리하는 결선 투표에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재가 집권하게 되면 오는 31일~11월 1일에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까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약식 회동 형식의 만남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밝힐 다카이치 총재의 한일관계 관련 첫 언급이 앞으로 양국 관계의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 임명 후 첫 행보가 관건…야스쿠니 참배하면 '최악'

'여자 아베'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다카이치 총재는 자민당 내 우파의 대표 주자다. 과거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고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 동원 책임을 부인한 것은 물론,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즐겨 찾는 단골 참배객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그가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이유다.

그 때문에 다카이치 체제에선 한일관계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이 대통령이 합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추동력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재가 기존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이탈로 닥친 집권 위기를 극우 정당인 유신회와 손을 잡으며 해결한 것은 한일관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증폭하는 요인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는 총재 임명 직후엔 강화된 북중러 협력에 대응하고, 한미일 방위·안보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일관계를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 정세에서 한일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추계 예대제 기간 직접 참배했던 야스쿠니 신사도 올해는 찾지 않고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하면서 달라진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극우 연정'에 성공함에 따라 집권 직후엔 정권 장악을 위해 급격한 우경화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여전하다. 실제 일본 여론은 다카이치 총재의 집권에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지지닷컴(지지통신 온라인 플랫폼)에 따르면 지지통신이 지난 10~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3.8%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23.0%)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2021년 10월 기시다 내각 출범 때 40.3%, 2024년 10월 이시바 내각 출범 때 28.0%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 우위인 수치다.

외교가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임명된 뒤 방한 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거나, 극우적 메시지를 내는 것을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 이 경우 APEC에서 한일 정상이 유의미한 만남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