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공 던졌다…'2차 판문점 회동' 北의 고민 시한은 열흘
CNN "트럼프, 행정부 차원서 김정은과 만남 논의…北과 접촉은 없어"
트럼프 한국 오는 길에 또 SNS 통해 '깜짝 제안' 가능성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북미 정상의 '2차 판문점 회동' 가능성이 재점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적으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만남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트럼프 특유의 '즉흥적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날짜인 29일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나름의 상황 대비를 할 것으로 19일 예상된다.
미국 CNN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주요 당국자들과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 논의라는 것은, 행정부 내 소수의 당국자만이 논의에 관여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접촉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이 크진 않다는 부분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번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정은 총비서와의 만남에 관심을 갖고 있음은 재확인됐다. 일각에서는 CNN의 보도에 미국 행정부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미국이 먼저 '공'을 던진 것이라는 취지다.
이러한 이야기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지난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추억'에 기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29일에 일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로 오면서 자신의 SNS(당시 트위터)로 김 총비서에게 회동을 제안했고, 북한이 호응하며 전격적인 방식의 회동이 이뤄졌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2019년 때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라는 '연말 시한'을 제시한 상황이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비핵화'를 거부하고 이를 전제로 한 협상과 대화는 나설 뜻이 없음을 공언한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이 최근 수년 사이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고 사회주의 국가들과 '반미 연대' 전선을 형성하며 외교적 우군을 확보한 점도 2019년과 달라진 부분이다.
비핵화를 거부하며 '핵보유국' 입지를 다지는 북한은 그러한 기조 자체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며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발언한 것은 북한도 아직 미국과의 외교를 버리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19년 정상 회동이 '깜짝 이벤트'처럼 연출됐지만, 북미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SNS 제안' 전에 물밑 접촉을 진행해 관련 소통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과 미국이 이번에도 비공식 소통 창구인 '뉴욕 채널'을 통해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엔 물밑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북미 모두 한 차례 경험이 있는 외교적 이벤트라는 점에서 급하게 소통이 이뤄져도 빠른 접점 찾기가 가능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미국 측이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비공식적으로 준비 중이지만, 북한의 의미 있는 반응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북미 대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 석좌교수는 "트럼프의 불규칙한 행보를 감안하면 전격적 만남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진 북미 정상 간 '갑작스러운' 만남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 사전에 합의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으며 '노딜'이라는 굴욕을 겪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더욱 확실한 청사진을 받기 전까진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 때문에 정상 간 만남이 아닌 고위급 접촉에는 열려 있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트럼프의 '쇼맨십 외교'를 이미 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개인적 유대가 남아 있는 만큼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담화 등으로 조만간 관련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한 스타일과 상징적 장면을 중시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방한 직전 돌발 제안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남은 열흘간 이를 '쇼'로 치부해 거절할지, 아니면 정치적 유연성과 나름의 계산을 통해 호응할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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