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극우 연정' 급물살…다카이치가 위기 넘기면 한일관계는 '최악'

자민당, 공명당 연립 이탈 위기 맞아 '극우' 유신회와 공조 급진전
'여자 아베' 다카이치 집권에 극우 연립 성사되면…한일관계 악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 AFP=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일본의 첫 여성 총리 유력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성향인 일본유신회와의 연정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명당의 연정 이탈에 따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인데, 가뜩이나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재가 유신회와 손을 잡는다면 한일관계엔 악재가 될 것으로 17일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되며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임시국회에서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총리로 지명된 뒤 천황의 형식적 임명 절차를 밟는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지며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가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중의원의 결과를 따르게 돼 있다.

일본 중의원은 465석으로 다카이치는 총리 지명을 위해 233표가 필요했다. 자민당(196석) 내 정치자금(비자금)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연정에서 이탈한 공명당(24석)이 입헌민주당(148석), 국민민주당(27석)과 3당 공조에 속도를 내면서 다카이치 총재가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가 된 것이 중의원 35석을 보유한 일본유신회다. 유신회는 그간 야 3당과의 공조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는데,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재와 극우 성향의 유신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날인 16일 후지타 후미타케 유신회 공동대표와 만나 75분간 회담하며 '새 연정' 구상에 머리를 맞댔다. 후지타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자민당과의) 신뢰 관계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기반으로 2012년 창당, 2014년 해산, 2016년 사실상의 재창당 등으로 구성된 젊은 정당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경 보수 노선을 견지해 왔다. 독도,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에 있어 극우적 주장을 자주 펼치곤 했다.

그 때문에 다카이치 총재의 자민당과 유신회의 연정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하고, 한일관계를 악화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재 선출 후엔 외교적 충돌을 의식한 듯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 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극우 연정'이 성사될 경우 분위기 장악을 위해 우경화 행보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재를 비롯한 일본 집권세력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거나, 한일 간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국 중심적 사고를 강조한다면 외교적 마찰까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일본의 '신(新) 연정' 성사를 정부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설정에 합의하며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등과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2025.10.1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다카이치의 '불안한 리더십'이 근본 문제…우경화 아니어도 한일 협력에 제약"

전문가들은 유신회와의 연정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다카이치 총재가 노출한 불안정한 리더십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일본의 '극우 연정'이 현재의 한일관계 트랙을 크게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현재 일본 정치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지지 정당이 없을 정도로 불안정하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봤다.

손 교수는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정을 이뤄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 추진에는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며 "결국 리더십의 '우경화'보다 리더십의 '위기'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권이 불안하면 외교에 집중하기 어렵고, 한일관계도 지금보다 더 진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은 추진력 자체가 약해지는 국면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 총재가 독도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발언 등으로 한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권 기반이 약하고 장기 집권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발적 언행으로 외교를 악화시킬 여력은 많지 않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은 같은 전략적 배를 타고 있는 만큼 실리적 관계 유지가 불가피하다"라고 내다봤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