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재래식 무기체계 통합해 '비핵화 불가' 환경 고착"
반길주 교수 "한국형 3축체계 진화·전략메시지 TF 구축 시급"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핵무기와 재래식 무력을 통합한 '자강형' 핵·재래식 통합전력(CNI) 구상을 본격화하며 '비핵화 불가 환경'을 고착하려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는 15일 '북한의 열병식 정치: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통해 본 북한의 셈법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김정은 정권은 열병식을 단순한 군사 행사가 아닌 정권의 안보와 대외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국방과학원 현지지도 때 내년 초에 열릴 제9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 병진 정책'을 수립해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다양한 무기체계를 통해 이런 구상을 일부 가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교수는 "이는 한국과 미국이 북핵 억제를 위해 추진 중인 핵협의그룹(NCG) 체계에 대응해 자강 기반의 통합전력을 완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 교수는 김 총비서가 열병식 직전 신형 구축함 '최현함'을 방문한 것도 "현대화된 해상 전력에 핵무기를 운용하려는 방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 역시 통합전력 구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미국 본토를 타깃으로 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극초음속 중장거리전략미사일,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마' 등 신형 전략무기가 대거 공개됐다.
반 교수는 이를 두고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뿐 아니라 '준강대국 행보'를 보이는 '하이퍼'(hyper) 전략 구체화를 위한 군사적 로드맵을 현시한 것"이라며 "이는 비핵화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셈법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러한 북한의 행보가 군사력 과시를 넘어 외교적 지위 확장을 노린 하이퍼 전략의 외교화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반 교수는 이에 대응해 한국은 핵 안보 강화, 외교지대 확장, 전략메시지 체계화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의 자강형 통합전력을 상쇄할 핵 안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한미 핵협의그룹 공조를 강화해 전략·작전 차원의 억제력을 높이고, 기존 한국형 3축체계를 무기 중심에서 작전 절차 중심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다종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복합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한국형 3축체계의 억제력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하이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글로벌 책임강국' 기조 속에서 외교적 지대를 확장해야 한다며 "북한의 전략 외교에 유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외교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반 교수는 아울러 "북한의 전략 선전전에 대응할 '전략 메시지 TF' 구축이 필요하다"며 "TF는 국방·군사 분야의 전략 메시지를 전략사령부가 주도적으로 발굴·시행할 수 있는 체계로 정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