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극복자·지뢰사고 상이군인, 전투기 탄다…'국민 조종사' 선발

443대 1 경쟁률 뚫어…36년간 패션업계 종사자·전 크리켓 국대도 선발

제10기 국민조종사로 선발된 (왼쪽부터) 최지수, 이주은, 박혜진, 한승범 씨.(공군 제공)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전세사기 피해를 극복한 조종훈련생, 지뢰사고를 당한 상이군인, 36년간 패션업계 종사자, 전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가 공군의 국민조종사에 선발돼 FA-50, T-50에 탑승한다.

공군은 30일 '제10기 국민조종사' 최종 선발자 4명을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모집을 시작한 이번 선발에는 1774명이 지원해 4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조종사는 공군이 운용하는 국산 항공기를 일반 국민이 함께 탑승해 조종사의 비행임무를 체험해 보는 행사로, 2007년부터 격년제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9기까지 총 41명의 국민조종사가 탄생했다.

공군은 올해 지원자 중 40명을 서류심사를 통해 압축했고, 내외부 전문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심층면접을 거쳐 12명을 최종 후보군에 올렸다. 이후 비행환경적응훈련에서 가속도내성·비상탈출·저압실 훈련 등을 통해 최종 4명을 제10기 국민 조종사로 선발했다.

이번에 '도전' 부문으로 선발된 최지수(34, 민간 조종훈련생) 씨는 전세사기로 피해를 당했음에도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원양상선(LNG 운반선)에 몸을 실었다. 210일 동안 고된 노동의 결실로 민간 비행훈련원에 입과한 최 씨는 또래 청년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민조종사에 지원했다. 그는 본인의 전세사기 피해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전세지옥'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운영실장으로 근무 중인 이주은(32) 씨는 해병대 장교로 작전을 수행하다 지뢰 폭발사고로 왼발 발목이 절단됐다. 숱한 수술과 재활과정을 거쳐 대위 계급으로 전역한 이 씨는 부상군인의 보상지원과 명예를 널리 알리고자 국민조종사에 지원했고, '헌신' 부문에 선발됐다.

'전문성' 부문 참가자인 한승범(62, 에프엔에프 임원) 씨는 36년간 패션업계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K-패션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일평생을 바쳤다. 한 씨는 생전 아들이 전투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아버지 한창선 예비역 공군 소장의 소망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지원했다.

박혜진(27, 인천국제공항 보안팀 입사 예정) 씨는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로 9년간 활동했다. 박 씨는 팀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경기에 임하는 무게와 그에 따른 명예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공군 임무를 체험해 보기 위해 지원했고, '팀워크' 부문으로 선발됐다.

최종 선발된 국민조종사 4명은 오는 10월 18일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25' 행사장에서 공군 조종사들과 함께 FA-50, T-50에 탑승해 1시간가량 비행체험을 할 예정이다.

이들이 탑승한 편대는 서울공항을 이륙, 서해대교부터 동쪽으로 횡단하며 독립기념관과 태백산맥을 지나 동해안의 정동진까지 대한민국 영토 곳곳을 둘러본다. 또 이들은 임무공역에 진입해 전투조종사들의 공중전투·전술임무 기동을 체험하고 서울공항으로 귀환할 계획이다.

비행체험 후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머플러)'를 이들 국민조종사에게 직접 수여한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