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직접 언급한 '비밀병기'는 무엇?…10월 열병식 때 대거 공개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에서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다"라고 언급하면서 그 실체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이 비밀무기 공개 및 선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으며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도 적지 않게 이룩했다"라고 말했다.

김 총비서는 비밀병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를 예고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과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 8일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는데, 김 총비서는 이 엔진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화성-20형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김정은은 지금까지 주요 무기의 개발 과정에 직접 참관했고, 비밀병기라는 표현은 기존에 언급한 체계가 일정 수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수 있다"라며 "화성-19형에서 발전한 화성-20형과 같은 체계를 과시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상 북한은 새로운 엔진을 개발했다고 선언한 뒤 1~4개월 이내에 ICBM을 발사해 왔다. 화성-20형의 첫 시험발사는 이르면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 전후가 될 수 있으며, 미사일과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의 실물 역시 열병식에서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화성-20형은 이미 존재 자체를 김 총비서가 직접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비밀병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위력과 활용도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무기체계를 준비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엄 사무총장은 "다탄두 ICBM, 극초음속미사일,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무기체계도 비밀병기의 후보군"이라면서도 북한이 전례 없이 진전된 새로운 형태의 무기를 내놓을 개발했을 가능성은 작게 봤다.

북한은 과거에도 일부 무기를 '비밀병기'로 지칭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공개한 수중 핵무인공격정 '해일'이 있다. 북한은 이 무기를 공개하기 전 2년간 50여 회의 최종단계 시험을 거쳤고, 김 총비서가 29회의 무기시험을 직접 지도했다고 주장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비밀병기라는 표현은 내부적으로 새로운 성과를 과시하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시점에 맞춰 비밀병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는데, 열병식이 아니더라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외교 이벤트에 맞춰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비밀병기라는 표현이 외부에 불안감이나 혼란을 주기 위해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자폭드론이나 극초음속미사일도 비밀병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라며 "실제로 새로운 무기를 내놓기보다는 기존 전력을 '비밀'이란 표현으로 재포장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밀병기가 무엇인지, 혹은 계속해서 '비밀'로 남을지는 오는 10월 10일 열병식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대규모 열병식 연습을 하고 있으며, 다수의 인원과 장비가 위성에 포착된 상태다.

북한은 그간 열병식을 통해 자국이 보유한 최신 무기체계들을 과시해 왔다. 최근 중국이 지난 3일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둥펑(DF)-61'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 'DF-5C' 등을 공개한 것처럼 북한도 대대적인 무력 과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군의 무기 개발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