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갑 안 차고 출국·재입국 불이익 없게"…트럼프 "원하는 대로 조치"(종합2보)

루비오 美 국무, 조현 장관에 트럼프 대통령 의사 전달…구금 사태 해결 실마리
韓, 비자 문제 개선 협의 위한 '워킹그룹' 신설 제안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美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을 갖고,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를 위한 사전준비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미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의 현지 출발이 늦어진 것은 이들의 출국 형식과 공항 호송 방법, 재입국 시 불이익 면제 등에 있어 한미 간 이견 때문인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조현 외교, 美에 공식 문제 제기…트럼프 "한국이 원하는 대로 조치"

정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면담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원하는 바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뤄진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우리 국민들이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출국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미국 재방문에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국 이민 당국이 구금 한국인들의 출국을 위한 공항 호송 때도 수갑 등의 '속박 도구'를 찰 것을 요구해 한미 간 이견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임을 시사한다.

조지아주 포크스턴 시설에 구금돼 있는 우리 국민들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30분쯤,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3시 30분쯤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들을 데려올 대한항공 전세기 KE2901편은 이미 미국 현지에 도착한 상태다.

그러나 외교부는 출발 12시간 전쯤 돌연 "미국 측의 사정으로 우리 국민의 현지 출발 일정이 연기됐다"라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이유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미 이민 당국이 한국인들의 '자진 출국' 형식에 반대해 '강제 추방'을 고수했으며, 공항 호송 과정에서도 수갑이나 사슬 등의 신체적 속박 도구를 찰 것을 고집해 한미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해진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정부는 자진 출국 형식이라도 추후 미국 재입국에 있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는데, 미국 측이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루비오 장관이 조 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면담하고, 우리 측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성의'를 보인 것은 출국 형식과 방식, 재입국 시 불이익 면제 등을 두고 미 국무부와 이민 당국 간 이견으로 인해 관련 협의 및 우리 국민의 출국 일정이 연기됐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곧 우리 국민들의 석방 및 귀국과, 재입국 시 불이익 면제를 위한 미국 측의 공식적인 조치가 이어지며 이번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자 제도 개선 위한 공식 협의 개시 예상…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

아울러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노력에 기여하고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미국에 온 우리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과정이 공개돼 우리 국민 모두가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은 데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또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외교부-국무부 간 '워킹그룹'의 신설을 제의했다.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탄력적 운용,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비자 쿼터인, E-4 비자 신설을 위한 입법과 H-1B의 한국 쿼터(할당) 신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공식 협상 개시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민의 민감성을 이해하며,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며 빠른 후속조치를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외교부는 "이날 면담에 따라 정부는 현장에서 미국 측과 행정적 실무협의를 적극 전개하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 국민들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구금에서 해제되고 귀국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는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 일정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3일 개막하는 제80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안부를 전하면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형성된 깊은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사의를 표하면서 이 대통령님의 안부를 트럼프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화답했다.

한미는 최근 중국 전승절 80주년 계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방중 결과와 의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조 장관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의 역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하고, 이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미국은 대북 대화에 열려있으며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