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천안문 망루에서 만나는 남북…10년 전과 판이한 정세
남북, 2015년처럼 같은 공간에 서지만…대면 가능성은 미지수
김정은·시진핑·푸틴 망루에 나란히…'3각 밀착' 부각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면서 10년 전처럼 남북이 천안문 망루에 함께 오르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와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천안문 광장에서 진행될 열병식을 김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서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천안문 망루에선 의전상 급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는데, 우 의장과 김 총비서는 거리를 두고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국가 의전 서열 2위지만, 이번 전승절엔 러시아 외에도 이란·베트남·라오스·말레이시아·몽골·벨라루스 등의 정상들도 참석하는 만큼, 김 총비서와 가까이에 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 진영 정상 중엔 유일하게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오른 바 있다. 북한은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대표로 참석했는데, 서로 떨어진 자리에 서 '조우'의 기회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반면, 최 비서는 말석에서 전승절 행사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는 전승절 전인 그해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등 경색된 정세로 인해 남북이 서로 만남의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중국이 한국을 극진하게 예우한 것과 달리, 당시 통제를 벗어난 수준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던 북한을 향한 중국의 시선이 좋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당시와 판이하게 다른 정세로 인해 마치 관계가 역전된 듯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중관계는 윤석열 정부 때의 냉각기를 이제 겨우 벗어나려 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대중 견제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도 전략적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껏 끌어올린 뒤 전통적 우방인 중국까지 끌어당겨 강력한 외교적 지원군을 삼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표면적으로는 한미일 3각 협력에 대응하는 북중러 밀착 구도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푸틴·김정은이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서 있는 장면만으로도 상징적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최고지도자의 정상 외교인 만큼, 북한이 대규모 방중단을 꾸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번 전승절 행사가 남북 접촉을 모색할 기회라고 보기도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김 총비서의 이번 전승절 참석 계획을 한중 외교 채널을 통해 사전에 공유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안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호적 대북 메시지 도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만큼, 이번 외교적 이벤트를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기 냉각된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 때문에 중국을 통한 '간접 소통'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이 한중관계 개선과 미국으로부터의 압박을 의식해 북미, 남북관계의 '중재자'가 되려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도 APEC 전에 열리는 자국의 큰 외교적 행사를 대화의 장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이번 전승절 참석은 향후 APEC 정상회의 때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며 "김 총비서가 경주로 직접 올 가능성은 작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판문점이나 원산 등에서 대면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최근 성명 등을 보면 북미 대화와는 별개로 의도적으로 한국을 따돌리려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도 제언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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