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건재하고 李 대통령 '방일 후 방미' 먹혀…한미일 밀착 '2라운드'

[한미정상회담] 李 "대통령 걱정할 문제 미리 정리…장애요소 제거도"
소식통 "일부 '빈손 방일' 비판…'한미일 부각'으로 전략적 공간 마련"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종료된 가운데 '방일 후 방미 카드'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에 앞서 외교가에선 '럭비공'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과 압박 화술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준비된 맞춤형 발언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칭찬 세례'를 아끼지 않았는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라고 치켜세운 것이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전략적 접근'이 빛을 본 순간도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한미일 3각 협력뿐만 아니라 선결조건인 한일관계를 한국이 중시한다는 '신뢰'를 미국 측에 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협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을 다시 화해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라며 "오래전 역사적인 과거사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고 한국은 좀 조심스러운 것 같다며 "이 대통령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답하며,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도 어느 정도 수습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대통령을 뵙기 전에 미리 일본과 만나서 대통령께서 걱정하실 문제를 다 미리 정리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이번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여러 장애 요소들이 많이 제거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금지) 2025.8.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한일관계 발전-한미일 협력의 선순환'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기반으로 과거사 사안과 한일 양국 간 협력 사안을 구분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해 왔다. 미국의 주된 목적은 핵심 동맹국들과의 협력으로 중국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 경색되면서 한미일 협력은 공고하지 못했다. 또 한계로 지적받아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위기 때 '한미일 안보 협력 균열은 북한·중국에 이익'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방미 전 방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트집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동시에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회담 후, 결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방미 전 방일과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 강화의 선순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높이 평가했다"라며 "미국으로서도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는 것이 한미일 협력을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데 핵심 요소라 하고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부에서 먼저 일본을 방문해서 빈손으로 온 게 아니냐고 비판했지만, 미국 가기 전에 한미일 협력 강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자체가 전략적 공간 마련에 있어 의미가 크다"라며 "이재명 정부를 더 이상 반일이라고 비판할 수 없게 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을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없앤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일본 참의원 선거 참패로 자민당 내에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시바 총리가 최근 '반등'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트럼프-이시바' 3각 협력 공고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당 내 보수파의 퇴진 요구 목소리와는 반대로 주요 언론 여론 조사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고, 지지율도 올라 30%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