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경중 못한다"며 美엔 '역지사지' 요구하고 중국엔 한발 다가간 韓
[한미정상회담] 李 대통령 CSIS 연설…"미국도 중국과 경쟁-협력 관계"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추진하며 한중관계 관리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 속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미국도 중국과 협력하지 않느냐"라며 한미, 한중관계를 모두 챙기는 '양동작전'을 펼쳤다.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정학적·외교적 현실을 강조하며 미국에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달라'는 메시지를 내고, 중국에는 '한중관계 개선' 의지를 부각하는 외교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계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을 마친 뒤 존 햄리 소장과 가진 대담에서 "한국은 과거엔 안미경중의 태도를 취한 게 사실이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태(정세)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심하게 말하면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국이 안미경중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히 중국 견제 쪽으로 움직이면서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 안미경중과 같이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전략'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킨다"며 "경제와 안보를 이원화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경고' 메시지를 냈다. 한국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다양한 협력을 중단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이제 안미경중 못한다'라고 밝힌 것 역시 한미동맹 중심의 한국 외교의 현실을 인정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데 미국도 중국과 기본적으로 경쟁하고, 심하게는 대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협력할 분야에 대해 협력하는 게 사실"이라며 미중관계와 한중관계가 닮은 점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일종의 '역지사지'를 요구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가 (중국과) 지리적으로 많이 가깝기 때문에 (현재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이라며 "우리가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어긋나게 판단할 수는 없다"라고 말해 중국과의 교류가 곧 한미동맹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부각했다.
미국 스스로도 기술·기후·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중국과 필요한 협력은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발언을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중국을 향해 보내는 적극적인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이 동맹으로서 미국의 정책 기조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단절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비적으로 드러내며 중국에도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기내 간담회에서도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나"라며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중관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하고 살 수 있느냐"며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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