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나흘 남았는데 한미 엇박자 분위기…'안보 협상' 난항 예상
외교장관, 대통령보다 먼저 미국 급파…정상회담 의제 조율 지속
美 안보 청구서 내용 예상보다 '고강도'일 수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한미가 회담의 주요 의제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수행을 건너뛰고 미국으로 급파되면서 한미 간 의제 조율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관측이 22일 제기된다.
조 장관은 전날인 2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초 23일 한일 정상회담 수행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20일에 내부 논의를 거쳐 조 장관이 먼저 미국을 찾는 것으로 일정이 급박하게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장관이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 일정을 취소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 실무 협의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정상회담 관련 최종 점검이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례와 관례에 부합하지 않는 외교장관의 일정 변경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미국이 제기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제시할 이른바 '안보 청구서'의 구체적 내용이었다. 조 장관의 조기 방미는 이와 관련해 미국과 더 면밀한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동맹 현대화는 큰 틀에서 한미가 북한의 위협 대응이라는 전통적인 군사·안보 동맹의 개념을 확장해, 변화한 국제 정세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주한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부과해 그 활동 범위를 한반도 밖으로도 확대하고 국방비·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해 한반도 안보에 있어 한국의 책임을 높이는 것을 안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자산을 중국을 견제하는 데 투입해 대중 견제의 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선 안보 공백 우려와 안보 비용 증가 외에도 한중관계 관리라는 외교적 과제도 안게 된 상황이다. 동맹 현대화 문제가 안보와 외교(한미·한중관계)가 버무려진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외교장관이 전면에 나선 것도 동맹 현대화 사안의 이러한 복합적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조 장관의 일정 변경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국방비 인상액 등 요구사항이 예상보다 크거나 많고, 중국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한국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때문에 고위 당국자가 직접 미국 측 인사를 대면해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즉답'을 받아낼 필요가 생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조 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실장과 국무부 장관을 겸하는 마코 루비오를 만나 의제 조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안보 청구서의 반대급부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최근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를 위한 물밑 조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우리 측의 의제 제기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된다. 협정 개정이 이뤄져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게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면, 평화적 목적의 핵 주권 확보 외에도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핵 능력 보유국'이 된다.
정부는 동맹 현대화를 위해 동맹국이 자국의 안보를 더 책임져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이 원자력 협정 개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 협정이 2035년까지 유효하고, 당장 협정을 개정한다고 해서 한국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핵무기를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협정의 개정이 한국의 안보 강화와 연결된다는 논리를 관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한국이 핵 무장을 하려는 것이냐'는 등의 불신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통해 '북핵 동결→감축→폐기'라는 북한 비핵화의 3단계 구상을 한미 정상회담 직전 공개했다. 비핵화 구상, 대북 외교 구상에 있어 한미의 교집합을 찾는 것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한국과 유사하지만 각론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부는 미국의 주도로 북핵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상정하되, 핵무기의 동결과 감축이라는 북한의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협상의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어떤 '원칙'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미 정부 간 만남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지만, 일단 협상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개인기'로 타결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이 대북, 북핵 접근법에 대해 한미가 명문화된 공통된 입장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3단계'를 제시하면서, 미국 내부에선 미국이 한국의 어젠다를 따르는 방식으로 대북 접근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됐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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