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인상 '해법'은?…미국산 무기 구매·軍 인프라 현대화 등 주목
[한미동맹 현대화]② 트럼프 '안보 청구서' 구체적 대응 방안은?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핵 능력 강화 방안도 모색 필요성 제기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동맹 현대화'의 타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국방비 인상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21일 예상된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수십조 원을 늘려야 할 국방 예산 집행 항목에 어떤 사업을 추가하느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가량으로 인상하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6%(약 65조 원) 수준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율을 맞추려면 약 95조 원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간 낙후한 우리 군의 기본 인프라 등을 현대화하는 사업 발굴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공통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무장력 확장과 관련해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가 우선이라는 주장과 달리, 국내 방산 역량 강화와 자체 전력 운용 능력 확장을 중시하는 시각도 있다. 반대급부 협상을 통해 핵 능력 혹은 전략자산 확보를 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은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이익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기질을 고려한 현실적 해법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도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거래를 선호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미국산 무기 도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구매 대상 무기체계로는 재래식 무기보다 정찰·감시 체계 강화를 위한 첨단전력에 대한 투자가 먼저라는 의견이 나온다.
엄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조기 탐지할 수 있는 위성, 항공 감시체계, 조기경보 레이더 같은 자산을 우선적으로 구매해 우리 전력의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면서 "국방비가 GDP 대비 3.8%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첨단 감시·정찰 체계를 획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산 무기 구매 일변도의 접근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을 국내 방산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무기를 살 경우 그 대상이 당장 우리 군의 체계와 구조에 맞는 무기로 제한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GDP 대비 3.8%로 국방비를 늘리더라도 그 재원을 전부 미국산 무기 구매에 쏟을 필요는 없다. 우리 군은 병력 구조 변화로 인건비와 유지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산 무기 연구개발(R&D)과 양산 능력 강화, 그리고 전력 운영비 확대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있어 한국군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비해 독자적 전력 운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활용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산 무기 도입보다 자체 전력 운영 능력 강화를 통해 자주적 방위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에 어떤 반대급부를 요청할지도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핵 능력'을 이번 기회에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협상의 본질을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한국군의 부담 증가'로 해석했다.
양 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넓어지면 대북 억제의 상당 부분을 한국군이 떠맡게 된다"며 "이 경우 반대급부 협상도 굉장히 중요한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나 전술핵 재배치 논의 같은 민감한 카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상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현행 원자력 협정(2035년 만기)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우라늄 농축(20% 미만)과 사용 후 핵연로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일각과 학계에선 북핵의 진화 등 달라진 정세에 따라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의 없이 핵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이같은 핵 능력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북 억제력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는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핵잠수함의 경우 개발 및 건조에 수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국방비의 안정적 인상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 연구위원은 핵잠수함 개발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핵 잠재력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자칫 '한국의 핵 무장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를 꺼내는 순간 주변국의 반발은 물론, 미국의 신뢰 저하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면서 "핵 잠재력 확보는 장기적 카드로 남겨두되, 당장 협상에서는 전략자산 전개 확대와 전술핵 재배치 등 실질적 억제력을 높이는 대안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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