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 예민한 北…김여정 앞세워 한미 '갈라치기' 주력

김여정 "韓, 美의 특등충견"…한미연합훈련에도 계속 불만 표출
전문가 "北, 한미 정상회담서 '비핵화' 논의에 예민"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기만적 유화 공세'라며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지만, 속내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20일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부부장이 19일에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를 가졌다며, 김 부부장의 주요 발언을 소개했다. 그간 김 부부장은 대외사안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개인 명의의 담화를 자주 발표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보도는 담화보다는 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통신은 김 부부장이 "한국 정부의 기만적인 '유화 공세'의 본질과 이중적 성격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국가수반'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포치했다"라고 밝히며 김 부부장의 발언이 곧 최고지도자의 의중임을 강조했다.

이날 김 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대북 관련 주요 발언들을 나열하며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은 어떤 정권이든 똑같다"는 식의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제스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대통령 호칭 없이 이 대통령을 호명했다. 이는 북한이 한국과 적대적일 때 사용하는 어법이지만, 이 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성 욕설이나 조롱성 언급을 하진 않았다.

이번 김 부부장의 입장에서 주목할 것은 주장 사이사이에 한미관계를 의식한 발언이 비중 있게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겨냥해 "이재명 정권은 '방어적 훈련'이라는 전임자들의 타령을 그대로 외워대고 있다"라며 "겉과 속이 다른 서울 당국자들의 이중인격을 역력하게 투영해 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의 야외기동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등 북한을 의식한 조치를 취한 것보다는 한미연합훈련이 과거와 같은 형식으로 한미의 대북 견제 훈련으로 치러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김 부부장은 또 "한국은 미국의 특등충견"이라며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도 다시 벌려놓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에서 우리의 핵·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 영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연합작전계획 '작계 5022'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종속된 국가임을 부각하면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꼬집은 셈이다.

'작계(작전계획) 5022'는 북한이 지난 2017년 핵무력 완성을 공언한 이후 한미가 기존의 작계 5015를 개편한 새 연합 작전계획을 말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하기 전에 사전에 타겟을 타격하는 기존 '킬체인' 개념에서 확장해 네트워크 파괴 등 핵 사용 가능성을 무력화하는 '확장형 킬체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 부부장이 이를 문제시한 것은 한미가 북한의 정권 종말과 비핵화라는 군사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음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내지 폐지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김여정 당 부부장.ⓒ News1 DB
'북한 비핵화' 논의 한미 정상회담에 예민…미국 흔들기 의도도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김 부부장을 내세워 한미연합훈련 등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는데, 당시에도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라며 "이러한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이 '미국에 종속된 한국'이라는 관계를 부각하는 것은 한미의 밀착을 경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는 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가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정책 추진 방향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의 입장이 일치할 경우 그만큼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국보다 한국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북미 대화 의지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빼고' 대화하자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신들에게 한국이 필요하지 않음을 부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패싱' 결정을 유도한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는 북한 역시 '예측 불가능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은 현재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 군축' 협상을 전개해 중장기적 이익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정상이 '북한 비핵화 추진' 목표를 재확인할 경우 자연스럽게 북한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대미 담화에서도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목표가 '비핵화'에 있다면 대화에 호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누적된 불만 표출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을 갈라치려는 목적이 있다"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국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그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짚어 향후 정세 대응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