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복원 본격화…접경지 군사활동 다시 축소 수순

이재명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서 '선제적' 복원 추진 의사 밝혀
軍 훈련 규모·빈도 줄고 복원한 GP 다시 축소 가능성도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서해 해상분계선 NLL 부근에서 실시된 해상 사격훈련에서 K9 자주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곧 접경지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축소 등 가시적 조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을 향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9·19 합의 복원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으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후보자 시절 '단계적 복원'을 언급하며 낮은 단계부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남북 접경지 일대에서의 군사 및 적대 행위 중지가 골자인 9·19 합의의 '진정한 이행'을 위해서는 남북 간 상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재명 정부는 그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9·19 합의 복원의 속도를 조절했으나, 이 대통령이 광복 80주년이라는 남북 공동의 기념일을 맞아 직접 본격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며 북한의 호응도 촉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9·19 합의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그러나 북한이 합의를 일방 파기하고 GP 복원·MDL 침범·포사격 도발에 나서자,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는 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했다. 북한도 곧바로 합의의 파기를 선언했고,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극심했던 지난해 6월 4일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접경지 일대에서의 군사 활동이 '복원'되는 중이었다.

9·19 합의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과 포병사격·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철수한다는 내용도 9·19합의에 들어 있다.

북한군이 전선지역에 철책을 설치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2.23/뉴스1

9·19 합의의 단계적 복원은 우리 군이 지난해부터 재개한 군사적 움직임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MDL 5㎞ 이내에서의 포병 실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DL과 가까운 스토리·천미리·적거리·칠성·송지호 사격장은 다시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이들 사격장이 중단됐을 시기 전방 부대들은 MDL에서 거리가 먼 다른 사격장을 이용해야 했고, 대체 훈련장에서 훈련하고자 하는 부대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훈련 규모와 빈도도 줄어들었다.

GP 운용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 군은 9·19 합의에 따라 불능화한 최전방 GP 11곳을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95억 원을 들여 복원했지만, 9·19 합의를 다시 지키려면 GP에서 병력과 장비를 다시 철수하거나 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향후 2030년대 초반까지 GP에 과학화 장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상에서도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서해 덕적도~북측 초도 사이, 동해 일부 해역에 설정됐던 해상 완충수역이 다시 적용되면 백령도·연평도 인근 해상 사격훈련은 중단된다. 이는 해병대뿐 아니라 해군의 실사격·기동훈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9·19 합의가 복원되면 공중에서는 MDL 동·서부 지역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이 재설정된다. 전투기·정찰기·무인기(UAV)의 저고도 정찰, 공대지유도무기 실사격 등이 제한된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윤석열 정부 시절 국방부가 '대북 감시·정찰에 악영향을 준다'라며 비판한 바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9·19 합의 복원과 관련해 군에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다"라며 "복원 범위와 속도는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