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李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한일 관리하고 북한에는 손짓'
일본 상대로 '과거사' 사과 요구보단 미래지향적 관계 추동 메시지 예상
北 움직일 대북 메시지 발신에도 주목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오는 15일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을 경축사 중 대외 사안은 한일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 추동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11일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의중을 중심으로 유관부처와 학계의 제언을 두루 모아 올해 경축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 구상과 관련한 '깜짝 제안'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 해결보다는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집권 후 속도를 낸 한일관계 개선 및 강화의 추동력을 살린다는 차원이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사과 혹은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지 않아 비판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부르면서도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라고 밝힌 뒤엔 한 차례도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중국보다 먼저 일본과 정상 통화를 갖거나 발 빠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사와 한일 협력을 분리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대일 실용외교에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 들어 한일이 제대로 합을 맞추진 못하고 있다.
한일은 7~8월에 개최를 추진한 사도광산 강제 노동자 추모식을 연기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로 퇴진 위기에 몰리며 최근엔 이렇다 할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지진 못했다. 이 상황에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과거사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과거사 문제에 지나치게 무감각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도 있다.
일각에선 한일 정상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양자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우호적인 메시지에 집중하고 정부가 제기할 과거사 사안은 정상회담을 통해 소통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광복절이 80주년으로 상징적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사 사안을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래'에 방점을 찍으면서 최근 양국 간 관계 개선 동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은 협력 파트너라는 말만 언급해선 부족하다. 역사 문제가 경축사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역대 일본이 내놓은 전후 담화를 '한국이 유의하고 있다'는 등의 표현으로 과거사 관련 언급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종전 50, 60, 70주년 때 전후 담화를 발표했다. 1995년 종전 50년 때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60주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담화를 내놨다.
지난 2015년 종전 70주년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역대 일본 정부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면서도 '미래세대에 사죄의 운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한일 미래세대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도 강조됐으면 한다"라며 이시바 총리가 최근 히로시마 평화기념식 추도사 등에서 '전쟁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세대를 초월해 계승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사례로 언급했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언급할 경우) 서로가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움직일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의 유화 조치에 대해 일부 호응하면서 남북 간 긴장은 지난 정부 때와 비교해 많이 사그라든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나서 "이재명 정부도 전임자와 다를 게 없다"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이날엔 18일부터 개시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국방성 담화를 통해 "우리 무장력은 철저하고 단호한 대응 태세로 미한의 전쟁 연습 소동에 대비할 것"이라며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화 조치가 일부 결과를 내고 있지만, 본격적인 유화 분위기를 추동하고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북한에 '제안'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초청하거나, 북한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5개년 국정 계획 수립을 위해 개최할 9차 노동당 대회 때 대남정책을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제안이 나올지가 주목된다.
조진구 센터장은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남북관계를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 한미일이 협력·협의한다는 내용을 넣을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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