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장병 부모 모임 "인격 모독·집단 따돌림에 병사 잃는 시대 끝내야"

"2022년에도 다문화 장병 차별 사망사건 있었지만 달라진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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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기 고양시의 한 부대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투신한 탈북민 자녀 장병 사건과 관련, 현역 군 장병들의 부모들이 모인 시민단체가 국방부와 군 당국에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지난 2022년에도 일반전초(GOP)에서 오랜 중국 유학으로 인한 어눌한 발음 등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장병이 숨진 사례가 있었음에도 부족한 인권 감수성, 언어폭력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아말다말 부모연대)는 31일 낸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으로 군검찰에 송치된 동료 병사 1명과 무책임한 대응을 한 지휘 감독자, 집단 따돌림 가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모연대는 국방부 부대 관리 훈령에선 지휘 감독자가 다문화 장병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다문화 관련 차별 고충을 신청받으면 우선 처리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소속 부대 지휘감독자들은 우선 처리는커녕 가해자를 변호하거나 피해자의 보직 변경 등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라며 "'짱깨', '짭코리아' 등의 놀림을 받아 투신한 장병의 사례는 2023년 외국에서 성장 후 군 복무 중 사망한 육군 12사단 이병이 겪은 부조리와도 흡사하다"라고 지적했다.

육군 12사단 사망 사건은 2022년 육군 12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근무하던 이등병 김 모 씨가 전입 한 달 만에 자신의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가리킨다.

김 씨는 오랜 중국 유학으로 한국어 발음이 어눌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경계 태세 격상으로 충분한 신병 교육 없이 바로 근무에 투입됐다. 이같은 이유로 선임들은 그의 말투를 조롱하거나 근무 숙지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질타하며 총을 쏴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3명은 군 기강 확립 등 이유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6월 춘천지법은 이들 중 1명에겐 징역형 집행유예, 2명에겐 실형을 선고했다.

부모연대는 "군부대에서 근절되지 않는 차별과 혐오, 배척은 자식을 군부대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라며 "인격 모독과 집단 따돌림으로 병사를 잃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국방부는 해마다 증가하는 다문화 장병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부대에서 탈북민 가족의 자녀인 병사가 동료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 국적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성장한 '제3국 출생 탈북민'인 그는 중국 출신을 비하하는 멸칭 등으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다 생활관 내 2층 다목적실에서 투신, 척추에 큰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국군수도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모욕 등 혐의가 식별된 동료 병사 1명을 군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