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남은 경주 APEC, '화합의 장'이냐 '전쟁터'냐…관건은 관세 협상
美 "시기보단 고품질 합의 중요"…APEC까지 관세 협상 영향 이어질 가능성
전문가 "미중 정상, 협상 타결 없이 만나지 않을 것"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관세 협상으로 열을 올린 각국 정상의 '화합의 장'이 될지 아니면 협상이 이어지는 '무기 없는 전쟁터'가 될지 주목된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협상 타결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22일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로이터 통신 등 복수의 외신은 10월 31일~11월 1일 예정된 APEC 정상회의 기간 또는 회의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은 '무역 전쟁'과 대만 문제로 갈등하고 있어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곧 양국이 갈등 사안 해소를 위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후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 모두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라며 구체적인 날짜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중국에 135%의 폭탄 관세를 부과했지만, 최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인 'H20'의 중국 판매를 승인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며 서로 '숨 고르기'를 한 상황이다.
중국이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만큼, 시 주석이 올해 회의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APEC 최고의 흥행카드인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 일본의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미국과 APEC 전까지 접점을 찾는다면 APEC이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화합의 장'이 될 것이고, APEC 때까지 관세와 안보 등 각종 협상이 이어진다면 APEC은 또 한 번의 대규모 협상장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6~9일에 이어 20일 다시 미국을 찾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오는 25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조만간 미국을 찾는 등 협상을 총력전으로 전개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협상 방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베선트 장관의 새로운 발언이 나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8월 1일까지 합의를 마무리하는 것보다 고품질의 합의를 달성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연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8월 1일로 제시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시한이 또 밀리거나, 미국이 각 나라별 협상 진척 수준에 따라 관세 부과 시점을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올해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입장에선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다자외교를 주재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관세 협상의 추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거물'들이 회의에 불참한다면, 글로벌 다자회의가 '실용외교'에 큰 동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한중관계 개선·협력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선, 미국과 중국이 APEC 때까지 서로에만 집중하게 되는 상황이 편할 수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조심스럽지만 지금 상황에선 APEC 정상회의가 '화합의 장'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회원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줬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 달리 APEC 정상회의 회원국 중엔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도 꽤 있을 수 있다. 회의 전에 미중이 담판을 짓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려 할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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