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장관 "尹, 민주주의 전복 시도…국민 기대에 부응 못해 사과"
21일 공식 취임…"외교안보 환경 엄중, 막중한 책임감 느껴"
"격식보다 실질적 내용 우선시해야" 당부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21일 공식 취임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42대 외교부 장관 취임식에서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되었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라며 "전직 대통령은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논란으로 소송을 진행 중인 MBC를 향해서도 "제소한 건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지난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마친 후 주변 참모진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제기됐다.
같은 해 11월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 보도를 했다며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 조치를 취하고, 12월엔 '외교적 이익 훼손'이라는 이유로 외교부를 주체로 정정 보도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MBC는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지만 조 장관의 입장 표명에 따라 곧 소송을 취하하는 등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MBC는 22일 조정기일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장관이 임기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취임사에서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비상계엄 등으로 인해 신뢰가 떨어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함과 동시에 새 정부의 기조를 부처 내부에 각인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는 "불가피하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외교적 뒷수습을 하느라 애쓰셨다"라며 "이제 우리는 정상으로의 목길을 넘어 하루속히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대전환을 겪고 있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 외교안보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는 시기에 외교장관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익 중심의 전략적·실용적 외교를 추진해야 하며 국회의 초당적 지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선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아래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단계적·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과의 관계 발전과 외교 다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외교체제 혁신'을 강조하며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직급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장려하겠다"라며 "직원들이 담당 업무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되 혹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책임은 위쪽에 더 많이 두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부와 공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공관장에게는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주고자 한다"라며 "재외공관장들은 양국 관계의 모든 영역에서 통합적 조정 역할을 해야 하며 외교부 밖에서 우리 외교 역량을 확보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조 장관은 △격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우선해 꼭 필요하지 않은 문서 절차, 격식을 줄일 것 △상사의 입장이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 말고 독립적인 사고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힐 것 △과학적 지식을 가까이하고 자기의 이성적 판단을 이룰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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