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출발 좋았는데, 어쩐지 박자 안 맞는 한국 외교
한미 정상회담 '삐긋'…중국은 갑자기 한국을 시험대에 올려
늦어진 외교장관 임명…'세밀한 소통' 빈틈 엿보여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정부는 12·3 비상계엄으로 사실상 멈췄던 한국의 외교력를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 흐름이 최근 조금 삐걱거리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미·일·중 정상과 빠르게 소통하면서 한국 외교의 핵심 자산인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는 듯했다. 그런데 속도가 붙을 줄 알았던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의 대면 불발에 이어 7월 말로 추진했던 회담도 무산되는 듯하다.
예상보다 빠르게 '불이 붙었던' 한일관계도 중대 변수를 앞두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중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스탠스를 취하다가 갑자기 한국을 시험대에 올렸다. 오는 9월 3일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것인데, 중국은 항일운동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에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함과 동시에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강조하는 열병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선 대통령의 참석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일련의 상황은 외교가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에서 더 아쉬운 것은 아직 한국 외교의 진영과 구색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 정부 외교부 장관의 공식 임명이 늦어지면서, 세밀한 외교적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국의 외교장관은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처음으로 불참하게 된다. 이 포럼에는 미·일·중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하기 때문에, 외교장관 간의 정식 회담이 없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효율적인 외교의 장이다.
제각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무대가 ARF다. 밀접한 사전 조율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상황은 오히려 '최대한의 효율 추구', 즉 전략적 행보가 중요한 한국 외교에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외교부 1차관이 권한을 위임받아 대참 한다지만, 급과 격은 맞아야 '복도 통신'도 가능한 게 외교라는 점에선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새 정부 초기에 각종 문제를 맞이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이를 통해 '반등'까지 기대됐던 한국 외교의 흐름이 '살짝'이나마 꺾이는 것은 아쉽다. 과장하자면, 혹시 너무 바쁜 새 정부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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