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베이스캠프, 韓 전진기지"…미군 주둔지 역할 변화 기류
美, 동아시아 전략 '억제→확장'…남중국해 中견제 구상
전문가 "한미일 협의로 미군 운용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반도 지역 외에 대만 등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전략의 노선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주일, 주한미군을 활용해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짜고 있을 가능성이 30일 제기된다.
주한미군은 최근 외부 전문가에 제공하거나 내부 교육용으로 기존의 지도에서 180도가 회전된 동북아시아 지도를 사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의 위치를 바꾼 지도인 것인데, 이 경우 기존 지도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던 남중국해가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이같이 뒤집어진 지도에선 한반도와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이 마치 중국을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주일미군사령부인 요코타 기지가 가장 아래쪽에 있으며, 한국 평택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주요 주일미군기지를 뒤에 두고 중국을 향한 것처럼 연출된다.
또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대만 등이 있는 남중국해로 뻗은 전진 기지처럼 보이게 된다. 중국의 입장에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구도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미국의 입장에선 그간 각 동맹국을 방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주한, 주일미군의 역할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인 '대중 견제'로 바뀔 것임을 부각해 보여 줄 수 있는 연출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미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워싱턴 내 분위기는 과장을 보태지 않아도 주한미군 역할 변동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듯하다"라며 "주한미군의 역할 변동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그간 러시아와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태평양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돼 지금까지 '억제'에 초점을 맞춘 '상호 보완적' 역할에 충실해 왔다.
그런데 미군의 '새 지도 구성 방식'은 동북아 주둔군의 역할이 '방어'가 아닌 '진출', '확장'에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는 측면이 있다. 구도상으로는 일본 본토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들이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고,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평택 미군기지가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선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도 수직적 관계로 바뀔 수 있다.
실제 스티븐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도 지난 27일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주일미군이 "향후 몇 년간 지휘 권한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합동 작전의 소통 창구인 '통합작전사령부 협력팀'(JCT)이 주일미군의 능력·권한 확대에 따라 그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에서 미군의 영향력 확대의 중심이 주일미군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주일미군사령관의 직급이 중장(별 셋)에서 대장(별 넷)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은 대장에서 중장으로 내려가며 한일에 주둔하는 미군이 '하나의 조직'처럼 운용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좀 걱정이 되는 시나리오는 주일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을 겸직하면서 유엔사가 일본으로 빠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군사령부의 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미일 3국이 비공개로 미국이 대만해협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논의할 대화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리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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