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5주년, 北 '단절 조치'로 꽉 막힌 남북 동해선[르포]
금강산전망대서 바라본 북한…금강산 인근엔 GP 운영 중
- 허고운 기자
(고성=뉴스1) 허고운 기자 =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에도 강원 고성의 동부전선 최북단 관측소인 금강산전망대에선 북한 땅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전해지는 호수인 감호가 보였다. 그러나 수려한 경관보다 앞서 눈에 띄는 것은 동해선 도로를 막고 있는 인위적인 언덕이었다.
금강산전망대에서 만난 관계자는 "북한이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후 만들어진 방호벽"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특수관계'가 아닌 서로 다른 국가이며 적대적 관계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10월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의 북측 구간을 폭파하며 도로를 차단한 바 있다.
북한은 이후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가 있던 곳에 좌우로 160m, 남북으로 10m, 깊이 5m의 대전차구를 콘크리트로 만들었고, 주변에 높이 11m의 성토지도 조성했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동해선 도로에선 남북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금강산전망대와 가까운 도로는 잘 정비돼 있었고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등이 설치돼 한눈에 남측 도로임을 알 수 있었다. 같은 길이지만 북측 도로는 마치 폐허 같았다.
대전차구에서 더 먼 곳,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엔 북측 인원의 이동을 막기 위한 구조물도 설치돼 있다고 한다.
동해선 도로는 한때 금강산 육로 관광에 쓰인 길이다. 하지만 2008년 북한군에 의한 우리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은 멈췄고, 동해선 도로는 17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선을 동해안에서 좌측으로 돌리니 우리 군의 감시초소(GP)가 보였다. 우리 군은 2018년 9·19 합의로 최전방 GP를 철거했는데, 금강산전망대 인근의 GP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했다. 그리고 북한이 9·19 합의를 어기면서 우리 군은 이 GP를 다시 가동 중이다.
보존 GP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는 북한 GP 초소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보였다. 인근에는 북한 측 전망대가 있었는데, 여기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차례로 방문해 북한군 방사포 사격을 지휘했던 곳이라고 한다.
전망대 관계자는 "오늘은 북한군이 보이지 않지만 지난해 북한군 귀순 작전이 있었던 곳도 동해선 인근"이라며 "감호에선 북한군이 물고기와 조개를 채취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남방한계선으로부터 800m 북측에 위치했고, 군사분계선과 불과 1㎞ 떨어져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온 안보 요충지인 금강산전망대는 지난달부터 보훈단체와 학생단체 등에 재개방됐다.
이 전망대는 717OP라는 군사시설로 분류되며, 현재도 육군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다. 동해선 도로가 폭파된 이후 취재진이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라고 한다.
동해선 도로는 여전히 끊긴 상태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망대 일대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호응해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멈췄다. 북한 확성기의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고, 인근에 주민들이 살지 않아 다행히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 동행한 재향군인회 산하 고성통일전망대 관계자는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휴전선 일대에서 분단의 현실과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라며 "남북의 대화가 재개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군은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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