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주 외교 1차관 "외교는 국가 생존 넘어 민생 문제…관성·답습 넘자"
"유연한 외교 옵션 찾아야"…직원들에 '비상한 각오' 주문
"회의 때 의견 없으면 지적으로 게으른 것"…'유능한 업무' 주문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우리는 과거의 관성과 답습의 유혹을 이겨내고 상황을 주도하는 유연한 외교적 옵션을 강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외교는 정책 이행 기관으로서뿐만 아니라 외교 정책의 산실로서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12일 취임식에서 "외교는 더 이상 국가 생존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민생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외교부의 역할 재정립을 주문했다.
박 차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돼 온 국제질서의 룰(규칙)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며 "한반도와 주변 강국의 지정학적, 국제경제적 역학이 요동치는 복합 위기의 상황"이라고 현 정세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은 외교부 동료 한 분 한 분의 비상한 각오와 대처를 요구한다"라고 당부했다.
박 차관은 특히 "우리 조직이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민주공화국에 헌신하는 작은 민주공화국처럼 작동하기를 소망한다"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화와 토론이라는 민주적 요소를 강화하고, 독단과 하향적 지시보다는 집단지성을 통해 논리적으로 탄탄한 정책이 성안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독려하며 "회의 때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겸손한 사람이기보다는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상명하복'은 정책의 이행 과정에서나 중시돼야 할 차후의 덕목"이라며 새로운 조직 문화 형성의 중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조직의 통합과 수평적 문화'도 강조했다. 박 차관은 "우리는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외교 인력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 분야, 직급, 직렬, 학력, 출신을 불문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소통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나가겠다"라며 조직 문화 개편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차관은 "전례에 안주하는, '원래 그랬다'는 사고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조는 '원래'라는 말이 별로다"라며 "정답은 우리 안에 있다는 믿음으로 외교의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외교관은 위대한 국민의 기대와 걱정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구조적 과제들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주문했다.
취임사를 마친 박 차관은 외교부 내의 순직자 추모공간을 언급하며 "그분들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 지금 이 순간 지구 곳곳에서 뛰고 있는 여러분은 지상에서 반짝이는 별"이라며 "여러분의 헌신과 가족들의 뒷받침에 감사드린다"라고도 말했다.
지난 10일 임명된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11기수 후배로, 그의 기용은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