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밴스·콜비…한국 흔드는 트럼프의 '우선순위 조정자'들
하경석 전략연 부연구위원 "중국 견제 집중, 한국엔 안보·통상 이중 압박"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올해 1월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1기보다 더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방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이끄는 핵심 세력으로 행정부 내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자'들의 입지가 부상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6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하경석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과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은 전례 없는 속도로 방향 전환을 겪고 있다"라고 짚었다.
하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의 기조를 '현실주의', '팽창주의', '민족주의'가 혼합된 형태라고 규정하며, 그 최종 목표는 미국의 국익 극대화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세력으로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들은 미국의 외교·안보 자원을 제한된 이슈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글로벌 개입의 범위를 줄이는 방향을 지향한다. 대표적 인물로는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엘브리지 콜비 국방차관이 지목됐다.
하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군사력 사용의 전략적 제한, 해외 원조 삭감, 동맹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무역 불균형 해소를 외교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한다"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으면서 러시아, 중동, 북한 등 다른 이슈들은 2차적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외교의 또 다른 중추적 세력으로 '글로벌 우위론자', '기술-경제 민족주의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글로벌 우위론자는 미국의 패권 유지와 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이들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월츠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대표 인물로 꼽힌다.
기술-경제 민족주의자는 공급망 통제와 기술 패권 확보를 강조하며, 재무장관 스캇 베센트,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 보수 성향의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중심이다.
이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주요 인사들의 행보는 한국에 안보-통상이 연계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에 약 10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산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동맹을 '조건부 거래'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 부연구위원은 또 기술-경제 민족주의자 그룹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수출 통제가 한국의 산업 기반에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이러한 흐름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외교적 자율성과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다.
그는 한국이 직면한 외교 전략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단순한 금액 논의가 아닌 조선,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정보 공유, 우주·사이버 안보 파트너십 등 비금전적 '가시적 기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기술 주권과 산업 전략의 연계 강화 △대북정책에서의 전략적 공간 확보 △대중국 강경 노선의 완충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하 부연구위원은 제언했다.
하 부연구위원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전환기적 시점에서 한국은 무역-기술-안보 3축 통합 외교 전략을 구상하고, 능동적 동맹 파트너이자 중견국 외교의 교차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노력은 한국이 외교력과 국가적 차원의 회복탄력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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