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개혁 앞둔 이재명 대통령 맞이하는 '군심'은?[한반도 GPS]

"방첩사는요?"…취임 첫날 주요 지휘관 불러 기강 다잡기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4/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대통령실 옆이니 군 통수권자가 얼마든지 들를 수 있겠지만, 군 내부에선 이번 방문이 대통령이 군 현황을 점검하고 군심을 다독이는 수준이 아니라, 군의 강력한 개혁을 예고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김명수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로부터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은 뒤 각 군 지휘관과 화상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성한 군에 대한 신뢰 회복과 우려 불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화상으로 연결된 지휘관들을 한 명씩 소개받다가 "방첩사는요?"라고 물었습니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이 회의 참석 대상은 아니었으나 12·3 비상계엄에 깊게 연관된 조직입니다.

이 대통령은 회의 후 비상계엄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결심지원실을 찾았습니다. 유사시 군 통수권자 및 핵심 지휘부만 들어가 '결심'을 내리는 결심지원실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는 은밀한 시설입니다. 이 대통령이 굳이 이곳을 찾은 것은, '비상계엄의 그늘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라는 메시지 표출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김명수 합참의장과의 통화에선 "계엄의 부당 명령에 군 장병이 소극 대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표면상 칭찬이지만 반대로 계엄과 관련된 인사들에겐 엄중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사에서 이 대통령을 본 장병들은 '무서웠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성들 사이에선 '이제 짐을 싸야 하나'라는 농담도 퍼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향후 군 인사에 문민화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육사 출신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교 A 씨는 "당연히 정권이 바뀌면 고위급 장성이 대부분 교체되지만 이번에는 그 폭이 상당히 클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라며 "군 조직의 비정상성을 걷어내고 문민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라곤 하지만 지금 군의 사기가 높다고 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합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4/뉴스1

또 다른 장교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인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쁘게만 볼 필요는 전혀 없다"라면서도 "솔직히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하고 두려운 분위기도 감돌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군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군의 안보관과 대적관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라는 그의 취임 선서가 윤석열 정부의 '정신 전력 강화' 기조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폐기한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예고를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옵니다. 얼마 전까진 9·19 합의가 북한엔 유리하고 우리 군의 전력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대전제를 깔고 일했는데, 다시 이 합의가 군사적 긴장 완화에 필요하다는 정반대의 기조 속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장교 C 씨는 "모든 정부에서 '안보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그런 말은 무효화되는 것 같다"라며 "북한이 보기에 우리는 우스워질 수도 있고, 또 '남북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채택한 북한은 9·19 합의를 맺을 때와 완전 다른 데, 이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려와 걱정도 있지만, 새 정부에 기대를 거는 군인들도 상당합니다.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되 방산 활성화 등 여러 국익을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위기를 딛고 올라온 이 대통령이야말로 혼란한 군을 수습하는 능력이 뛰어날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장교 D 씨는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그는 사상에 치우친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우리 군이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