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틀 남기고 전사'…정인학 일등중사 유해 신원 확인

정찰 중 헬멧과 수통 발견한 대대장 제보로 발굴
방탄 조끼 입고 엎드린 자세로 발견…'인식표' 결정적 단서

故 정인학 일등중사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국방부 제공)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올해 처음으로 발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고인은 국군 제7사단 소속의 고 정인학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로, 1953년 7월 15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적근산-삼현지구 전투는 국군 제7·11사단이 강원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금성지구에서 중공군 4개 사단의 공격에 맞서 전선을 안정시킨 공방전이다.

1932년 12월에 전북 정읍시에서 태어난 정 일등중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산물 소매업을 돕다 1951년 9월 18살의 나이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2년간 많은 전투에 투입돼 격전을 치렀으나, 휴전을 불과 이틀 앞두고 스무 살의 나이에 전사했다. 정 일등중사의 유해는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엎드린 모습으로 발굴됐다.

이번 발굴은 7사단 예하 대대장인 정준혁 중령이 2024년 10월 작전 지역 정찰 중 방탄 헬멧과 수통을 발견해 국유단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국유단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품을 토대로 발굴 구획을 확장, 정 일등중사 외에도 유해 7구를 추가로 발굴했다.

故 정인학 일등중사 유해 전체 골격(국방부 제공)

정 일등중사는 2000년 4월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된 후 249번째로 등록된 호국 영웅이며, 올해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완전 유해이기도 하다. 국유단은 유해와 함께 발굴된 인식표의 이름을 근거로 병적부를 확인한 후 행정관서와 협력해 유가족의 소재를 확인했다. 이후 여동생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 유전자 비교 분석을 통해 신원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발굴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주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충남 천안시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신원 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등이 담긴 함을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정 일등중사의 여동생 정병숙 씨(69)는 "유해를 찾았다고 국유단에서 방문하겠다고 한 전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며 "아마 오빠의 유해를 나보고 받으라고 나타나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