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창군 이래 최악의 오폭', 조종사 개인의 잘못일까
관행으로 점철된 중간조사 결과…관행을 만든 것은 '조직'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0일 공군이 발표한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관행'이었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스스로 좌표를 입력하고 이를 점검하는 '셀프 체크'와 지휘관의 계획서 점검 부족이 모두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를 입력할 때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꽂고 이륙 전 항공기를 점검할 때 △사격 지점에서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때 총 3번 좌표를 확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주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세 차례의 점검 과정은 군이 공식적으로 정한 규칙이 아니다. 그 어떤 내규에도 '사전 점검' 방식을 규정한 것은 없다. 미군의 방식을 본떴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이는 조종사들이 자신들의 작전 성공을 위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관행'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해당 부대의 전대장, 대대장은 조종사의 계획서 등을 보고받고 표적 브리핑을 확인하는 정도로 안전 조치를 시행해 왔다고 한다. 기자가 이번 현장을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지휘관들이 안전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했다. 사실상 조종사의 '개인기'에 모든 안전을 일임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는 이야기다.
우리 공군에 시스템이 없다. 그 후과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국민이 받아내야 했다. 정작 중상자 중 한 명은 공군 참모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조종사들을 너무 질책하지 말아 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군이 국민을 지키는지, 국민이 군을 지키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조종사의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군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 확인을 '일 더하기 일' 수준의 기초 업무로 본다고 한다. 사건 발생 초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잘 훈련된 조종사의 잘못일 리 없다'라고 분석한 것은 역설적으로 조종사의 큰 과실을 부각하는 말이 됐다.
그렇지만 갖춰진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실수를 저지르는 것과, 아무런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개인의 실수는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다. 공군이 이번 사고로 인한 모든 괴로움을 조종사가 감내해야 할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기를, 그러한 의지를 보다 선명하게 국민에게 알리길 바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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