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에 총체적 기강 해이…터질 게 터진 공군 오폭 사고

민간 상공서 폭탄 투하하는데도…'이상하면 중지' 사전 지침 없었다
공군총장 "조종사·지휘관, 얼마나 책임감 가졌나 의문"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3.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경기 포천에서 발생한 초유의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에 투입된 조종사들이 15자리 숫자 좌표 14개 중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하면서 불거진 이번 사건은, 조종사는 물론 조종사의 오류를 막을 시스템의 부재, 안전 불감증에 걸린 지휘관들의 안일한 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조종사에 전적으로 의지한 안전…판단 오류 막을 시스템 없어

공군이 10일 발표한 '경기 포천 민가 오폭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일 민가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전투기 조종사는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 2차례 표적을 확인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통상 △노트북 컴퓨터 격인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 △저장 장치 격인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를 점검하는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과정 등 3차례 좌표 확인 절차를 거친다.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훈련 전날인 5일 JMPS에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1·2번기에 좌표를 입력하는 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05'로 입력해야 할 위도 좌표 중 하나를 '00'으로 잘못 입력했다. 경도 좌표는 정상적으로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불러줬는지,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두 조종사의 진술이 엇갈려 조사 중이다. 누군가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진술 외에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조종사들은 이륙 전 전투기에 전송된 정보를 대조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당시 2번기는 DTC 오류로 전투기에서 다시 수동으로 14개의 좌표를 입력했는데, '예상 밖 상황'이 발생한 이후에도 1번기와 정보를 상호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1번기 조종사는 이륙 후 비행하면서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훈련 때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느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값이 입력된 기계를 믿었고,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2번기는 DTC 문제로 수동으로 제대로 된 좌표를 입력해 놓고도 1번기 지시만 믿고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 관계자는 "비행을 나간 후엔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는 아직 없다"라며 "그 절차를 보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겪고도 안일한 지휘관들…녹아내린 군 기강

KF-16에 좌표를 입력할 때 버튼식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좌표 입력 오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F-35나 F-15K 등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좌표를 입력하고, 기체 내부에 표적지 지도가 구현되는 화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낮다. 좌표가 전투기에 연동된 후 통제소와 자동으로 데이터가 공유되는 시스템도 KF-16에는 없었다. 군 내에서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고가 늦어졌던 것뿐'이란 얘기도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KF-16의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조종석 화면을 확대하면 (위치가) 크게 보이지만, 작게 보면 (잘못된 위치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조종사가 착각했다"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군은 이미 실시간으로 좌표를 불러주면 그 좌표를 공격하는 '민감표적훈련'을 KF-16으로도 진행 중이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구두로 좌표를 '교차 검증'할 수 있었는데도 그런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공군은 오폭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종 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 △지휘관의 관리 책임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단순한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군의 발표는 오히려 군이 그간 얼마나 큰 위험을 안고 훈련을 진행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공군 공대지 폭탄이 떨어져 유리창이 깨져 있다. 2025.3.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공군 내부에는 작전 수행 전 담당 조종사가 보고하는 실무장 계획서를 군 지휘부가 검토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었음에도 해당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다. 전대장은 훈련계획과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안전 관련 업무를 대대장에게 위임했고, 대대장 역시 실무장 사격에 대한 세밀한 지도 감독은 진행하지 않았다. 지휘관들이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이날 훈련은 우리 군의 작전 최고책임자인 김명수 합동참모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는데도 지휘관들이 안전 관련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 기강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군 내부에서 "우리 군이 비상계엄 사태를 겪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휘관들이 비행준비상태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이상하면 발사하지 말라'라는 말만 했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최종 무장 투하를 할 땐, 더군다나 눈으로 보는 사격이었기 때문에 표적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땐 언제든지 임무를 중지하고 사격하지 않아도 어떤 처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500파운드(약 220㎏) 폭탄 네 발을 투하한 조종사들은 얼마만큼의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했나"라며 "지휘·관리자는 부하들이 여덟 발의 폭탄을 투하하는 데 얼마나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나"라며 지휘관의 책임감 부족도 지적했다.

이 총장은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임무 수행 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가 있다"라며 "중요한 건 이 사태를 어떻게 빨리 수습하고 재발 방지를 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