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에 과도한 '개인기' 의지…오폭에 드러난 전투기 운용 난맥상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이지만, 실수 막을 시스템도 없어
조종사 입김 큰 공군 문화 개선 필요성도 제기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 피해를 입은 트럭이 멈춰서 있다. 2025.3.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사상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는 조종사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 사고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공군의 전투기 운용 난맥상이 고스란히 확인된 사건이라는 지적이 7일 제기된다. 아울러 조종사의 입김이 센 공군의 문화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좌표 오기 잡을 시스템이 없다…오로지 조종사만 가능

현재까지 군 당국이 밝힌 이번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다. KF-16 전투기 2대가 편대 비행을 하며 동시에 기동 및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번기 조종사가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15개 중 1개를 잘못 입력해 폭탄 4발을 엉뚱한 곳에 투하했고, 2번기 조종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이유로 같은 장소에 오폭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좌표 오기 이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오로지 조종사가 자신의 착오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밖에 없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조종사에게만 돌리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KF-16 전투기를 기준으로, 조종사는 작전 투입 전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된 좌표를 지상 사무실에서 전투기용 저장 장치에 스스로 입력한다. 이 저장 장치를 전투기에 삽입해 데이터를 연동시키면 계기판에 좌표가 표기된다. 이후 좌표에 해당하는 작전 지역에 도달해 사전에 습득한 지형지물 혹은 목표물이 육안으로 확인되는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 과정 외에 별도로 지휘부, 통제실에서 조종사가 입력한 좌표가 맞는지 교차 확인하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전투기에 좌표를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은 오로지 조종사의 능력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상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인데, 그간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은 것이 만성화된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군 소식통도 "좌표 입력은 너무 기본적인 부분이라 오히려 체크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조종사가 처음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 계속 이를 근거로 리체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군에선 '원숭이도 이해할 매뉴얼' 만든다…개인 능력 의지 피해야

그 때문에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오류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F-16은 우리 공군이 131대나 소유한 주력 전투기이기 때문에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전사령부와 각 전투기가 연동돼 서로의 정보가 다를 경우 기동이 제한되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KF-16이 '최신 기종'이 아니고, 비용 문제로 일시에 전면적인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투기 출격 전후로 조종사와 작전사령부가 구두로 소통하며 좌표를 재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언도 있다.

한 군 소식통은 "미군에선 기본적 작전이나 유지보수 관련 매뉴얼을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라는 말도 있다"라며 "이는 실수와 오류를 최소화하는 소통 방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취지로 우리 군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같은 시스템 구축은 조종사의 입김이 센 공군의 문화를 바꾸는 데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항공기·전투기 조종이라는 '특수 주특기'를 갖춘 조종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공군의 특성상, 일부 업무는 조종사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엘리트 군인으로 분류되는 조종사가 공군의 주요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꼭 부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처럼 조종사의 개인 능력에 의지해야 하는, 그러나 개인이 스스로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는 업무 방식이 유지되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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