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지켰지만 국제사회 신뢰 잃은 윤 대통령…상처난 한국 외교
탄핵 소추안 폐기됐지만…'2선 후퇴'로 '정상 외교'는 중단
- 노민호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임여익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7일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지만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외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 앞으로 '정치적' 소통이 어렵고 행정적 소통만 가능해진 한국 외교의 운신의 폭이 당분간 크게 좁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표결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며 의결 정족수인 전체 의원 중 3분의 2(200명)를 달성하지 못해 투표 불성립으로 안건은 폐기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2선 후퇴' 의사를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과 '책임총리제'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통령이 정상적인 권한을 발휘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되는 것으로, 정상적인 외교 업무 수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책임총리제는 정치적 용어로, 법적으로 총리의 권한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국무총리의 실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으로 '권력 분산'이 골자다. 외교, 국방은 대통령이, 내치는 국무총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비상계엄 발령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비상계엄 발령 직후부터 '대통령의 심각한 오판', '매우 문제가 있는', '위법적 행위' 등의 표현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발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한국과의 관계, 동맹 파트너십은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라며 윤 대통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여기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민주적 절차의 승리를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두고 미국이 탄핵 소추안 가결을 지지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한미동맹이 외교의 핵심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교 보폭을 넓히기 어려운 결정적 타격이기도 하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스웨덴 총리의 방한 취소,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보류, 미 국방부 장관의 '한국 패싱' 등 대부분 외교 활동이 중단되는 듯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총리제'를 운영해 윤 대통령이 '외치'에만 집중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윤 대통령과의 '정상 외교'에 제대로 응할 나라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한국에 대한 각종 외교적 리스크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통령의 권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협상력,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권이 강화된 총리가 정상 외교를 수행한다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통령 대리' 자격으로서의 접근은 상대국과의 '외교적 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상대국으로 하여금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국제 관행상 외국의 대행정부는 잘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라며 "정상화되기까지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시팅덕(sitting-duck·앉아 있는 오리, 이용당하기 쉬운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과 아주 일상적이고 행정적인 소통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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