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동생 셋 남겨두고 입대한 장남,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2005년 강원 인제서 유해 발굴…남동생 유전자 검사로 신원 확인

'2024년 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영결식'이 29일 오후 경북 영천시 고경면 국립영천호국원에서 국방부와 육군 50사단 주관으로 엄수되고 있다. (50사단 제공) 2024.11.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 셋을 남겨두고 입대 후 전사한 호국영웅이 7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005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양양지구 유격전'에서 전사한 고(故) 박종익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41명으로 늘어났다.

국유단은 전사연구와 참전용사 증언을 토대로 2005년 6월 박 일병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후 2021년 5월 병적자료에서 고인의 본적지가 경북 봉화군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제적등본 기록을 비교 및 검증해 고인의 남동생 박종대 씨를 찾았다.

당시 유전자 분석 결과로는 전사자와 유가족 간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국유단은 더 정확한 최신 기술로 재분석한 끝에 올해 11월 형제 관계를 확인했다.

박 일병은 1929년 12월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2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고인은 학업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에 매진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엔 가장 역할을 짊어졌다고 한다.

고인은 전쟁이 발발하던 해에 입대해 인근 초등학교에서 이틀간 제식훈련을 받고 곧장 전장에 투입됐다.

박 일병은 국군 유격사령부 제5유격대대에 배치돼 수많은 전투에 참전하던 중 양양지구 유격전에서 북한군을 소탕하다 1950년 11월 16일 전사했다.

박 일병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행사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 패·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유가족 대표인 남동생 박종대 씨는 "막내아들이지만 형님 대신 장남으로 평생 살아왔는데, 형님 유해가 오면 '형님 이제 돌아오셨나'하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