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인사 포상하고 호국영웅은 친일 낙인?'… 독립유공자 서훈 재검토

"해방 후 행적 불문" 권고 따라 2018년 6월 포상 규정 고쳐
보훈부 "명확한 심사기준 정하고 기존 공적도 면밀히 검증"

약산 김원봉 선생 ⓒ News1 이철우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친북 또는 사회주의 계 인사들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을 추진하면서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북한과 맞서 싸운 일부 '호국영웅'들은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아 '친일' 낙인찍기를 시도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보훈부는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해 친북 활동 이력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서훈을 재검토하고 '친일파' 규정 절차와 방식의 적절성 여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7일 뉴스1 취재와 언론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전 정부 시절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의결 권고안 모음집'엔 "3·1운동 100주년(2019년)을 맞아 김원봉 등 마땅히 독립유공자가 될 사람들에게 적절한 포상을 해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보훈혁신위는 2018년 5월부터 8개월 동안 보훈처 내에서 활동한 기구다.

보훈혁신위의 권고안엔 "그 시점(광복일·1945년 8월15일)에 독립운동 지속하고 있었다면 그 독립운동가의 사상이 무엇이든, 또 해방 이후 정치적 행적이 무엇이든 그 사람은 독립유공자로 판단해야 옳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를 두고 보훈처 내에서도 일부 반발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보훈처는 2018년 6월 "광복 후 사회주의 활동을 했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거나 적극 동조한 게 아니면 사안별로 판단해 검토한다"는 내용으로 독립유공자 포상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이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19년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은 국군 창설의 뿌리'라며 사실상 그에 대한 포상 필요성을 역설해 논란이 일었다.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의열단을 이끌고 광복군 부사령관으로서 독립운동에 참여하긴 했지만, 광복 후 북한 김일성 정권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2023.7.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결과적으로 김원봉은 이후에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사회주의 계열 활동가 39명은 포상 대상이 됐다.

이때 포상 대상이 된 사회주의 활동가 중엔 과거 6차례나 서훈 심사에서 탈락했던 손혜원 전 의원 부친 손용우씨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보훈부 관계자는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운영규정'을 대폭 개정해 사회주의 계열에서 독립운동을 한 경우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 활동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심사기준을 정할 것"이라며 "면밀한 공적 검증을 통해 필요시 기존 서훈을 취소하는 등 '가짜 독립유공자'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훈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된 백선엽 장군 등 '호국영웅' 12명의 안장 기록에 기재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해당 문구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3월 당시 보훈처가 백 장군 등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작성한 친일파 명단에 포함돼 있단 이유만으로 사회적 공론화나 법적 절차 없이 삽입했단 판단에서다.

반민규명위는 노무현 정부 시기였던 2005년 특별법을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던 기구러로서 2005년 5월 출범 이후 2009년 11월까지 활동하며 '친일파 1005명'의 명단을 작성,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공평·편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 "위원 11명의 이력을 보면 역사적으로 편향돼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위원회가 '그 사람은 친일'이라고 결정했다고 해서 그게 역사적 진실이 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족들의 신청 등 절차를 밟아 친일파가 아닌 호국영웅들에 대해선 '친일' 문구 삭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규명한 친일파 명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작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