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숨진 BJ 아영… "'고문' 단정은 일러"
'고문에 의한 살인'은 사인 아닌 기소 범주에 해당
유족 동의했지만 수사판사 명령 없어 부검은 아직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최근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인플루언서 BJ 아영(본명 변아영)의 사망 원인이 '고문'이란 보도는 현지 법 체계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로 파악됐다.
지난 2일 지인과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던 아영은 6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인근 하수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아영이 생전 방문한 병원을 운영하던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고 검찰 당국은 그들을 기소했다.
이후 AFP통신 등 외신이 해당 중국인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를 "고문이 동반된 살인"(murder accompanied by torture)이라고 보도하면서 국내에서도 그가 '고문 때문에 숨졌다'는 주장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러나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아영의 사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캄보디아 당국이 중국인 부부에게 적용한 '고문이나 잔혹행위, 강간이 동반된 살인'(murder accompanied by torture, cruelty, or rape)의 경우 캄보디아 사법체계상 기소 때 적용하는 혐의 범주에 해당해 아직 '사인'으로 단정 짓긴 어렵다는 얘기다.
시신 발견 당시 아영의 얼굴과 몸에 구타 등의 흔적이 있었다는 주장 또한 사실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현지 경찰에 따르면 특별한 외상이나 출혈 소견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시신이 물에 잠겨 있었던 데다 발견되기까지 48시간 정도가 소요돼 그에 따른 변형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아영의 시신이 발견된 것과 비슷한 시기 캄보디아에선 얼굴 등이 심하게 훼손된 중국인 여성 변사체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아영의 유족들은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캄보디아 당국에 전달했으나, 현지 수사판사가 아직 부검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캄보디아 사법체계에선 시신 부검 때 수사판사의 명령을 필요로 한다.
'수사판사'란 살인·성폭행 등 중범죄나 선거·공안·뇌물 등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판사다. 캄보디아에선 수사판사의 명령만 있으면 유족이 반대하더라도 시신을 부검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캄보디아 당국에 체포·기소된 중국인 부부를 우리 수사·사법당국이 '직접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실제 '국제형사사법공조' 원칙에 따라 캄보디아 측이 우리 측의 수사 등 협조 요청을 수용한다면 우리 경찰이 해당 중국인 부부를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캄보디아 측의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측의 관련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서믄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증거 확보 등의 측면에서 '우리 경찰이 현 단계에서 이 사건 수사를 맡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해당 중국인 부부가 차후 캄보디아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우리나라로 송환해 처벌하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형자 이송은 원칙적으로 국가 간 조약과 국내법인 '국제 수형자 이송법'에 따라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캄보디아와 관련 조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현재 '국제 수형자 이송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이는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을 받은 우리 국민을 국내로 데려오거나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형 중인 외국인을 본국으로 보낼 때 이용하는 제도여서 이번 아영 사건의 중국인 부부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사건 소식에 캄보디아로 향했던 아영의 유족은 이미 귀국했으며, 아영과 함께 캄보디아에 갔던 지인의 경우 현지 경찰 조사 결과 별다른 혐의점이 없어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아영은 2001년부터 캄보디아를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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